[서평]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 현실로 다가오는 상상

2016. 8. 31. 00:10감상/책

반응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8점
필립 K.딕 지음, 박중서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의 세계는 매우 정적이다. 최후의 세계 대전 이후 살아 있는 동물은 대부분 죽어 희귀해졌고, 따라서 살아있는 동물을 소유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기 동물을 사서 기른다.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은 불법이진 않지만 사회적 터부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감정에 번호를 붙여 말하며, 기분 전환기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선 인간성은 이성이 아닌 감정이다. 그러나 감정을 자기 멋대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감정일까? 감정=인간성인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을 인간답게 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진 않는가? 작가는 아이란과 릭의 언쟁으로 이 주제를 처음부터 부각한다.

 

 

 사실 인간과 대립되는 존재로 나오는 안드로이드도 감정이 있다. 작품 속에서 안드로이드는 두려움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성, 위기시에 단념하는 체념 등 많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한데, 이는 감정 이입 능력의 부족으로 감정 이입 능력은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는 중요한 성질이다. 주체가 객체의 감정에 공감하며 모두가 한마음이 될 수 있는 감정 이입 능력으로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으며 머서와의 융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 이입 능력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바로 비생명에겐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시와 주인공은 자신의 일을 위해 안드로이드에겐 감정 이입을 하지 않거나 하지 않으려 한다. 즉, 보편과 공존을 내세운 감정 이입이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만큼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이러한 이기적인 감정 이입 능력이 과연 인간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안드로이드에게 잔혹하게 대하는 주인공과 레시는 과연 안드로이드와 다를까?

 

따지고 보면 안드로이드의 이기성은 인간의 이기성이기도 하다.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를 비추는 일종의 거울인 셈이다.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특성을 일부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다른 비생명체와는 확실히 다른 존재이다.

 

 이는 이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안드로이드와 전기양 둘 다 비생명체이다. 안드로이드는 인간들에게 철저히 배척당하지만 전기양은 인간들과 가까이 있다. 비록 진짜 동물과는 달리 인간들이 감정 이입을 하지는 않지만 일단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존재 자체는 긍정한다. 자기 자신을 자각하여 범죄를 저지른 안드로이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전기양의 처지를 부러워할 지도 모르겠다.

 

 

 작품 후반에 주인공은 사막에 두꺼비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집에 가지만 그것이 전기 두꺼비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전기 동물을 혐오하던 때와는 달리 전기 동물의 생명을 약간이나마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감정 이입을 한다. 주인공은 그것을 머서와 융합한 결과로 보며 다른 인공적인 것들도 그 존재 가치를 인정한다.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지을 특징이 점차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공과의 구분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벌써 가상 현실은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현실은 가상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연과 인공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을 등한시하고 가상 현실에 몰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를 단순히 개인적인 무절제로 볼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러한 행위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할까? 작품 내의 문제는 이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