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이게 최선인가?

2016. 10. 24. 12:23감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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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배트맨 vs 슈퍼맨과 더불어 기대작이었던 수어사이드 스쿼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에다 잭 스나이더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영화는

 정말 좋을 뻔 했다. 왜냐하면 등장인물부터가 참신하기 때문이다. 데드풀이라는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선한 슈퍼히어로들이 판치는 영화 속에서 빌런들로 구성된 자살 특공대라니? 히어로라서 가졌던 각종 제약이 단번에 풀리고 좀 더 자유로운 소재와 전개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멤버도 나쁘지 않았다. 고담의 영원한 광녀 할리퀸, 초인적인 사격 실력을 가진 데드샷, 무엇이든지 희생시킬 준비가 있는 냉혹한 아만다 윌러가 있다. 물론 나머지 멤버도 있기는 한데, 사실상 쩌리들이다. 슬립낫은 내장 폭탄의 실재를 증명하기 위해 부메랑놈에게 이용당하다 어이없게 죽는다. 보통 시험 삼아 첫 타겟으로 죽으면 상당한 충격이나, 뭔가 굉장한 임팩트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거 없다. 오히려 엑스트라 한 명이 죽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멤버 중 유일하게 제대로 설명이 안된 녀석이기도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망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반만 동의한다. 딱 한 시간, 전반부는 볼만했다. 글자 그대로 볼만했다. 개인적으로 돈옵저가 압도적으로 더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돈이 아깝지 않은 부분이다. 전반부는 그렇다.

 각종 빌런들은 영입하고, 자살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들을 설명하고 실제로 임무를 수행한 후까지. 매력적인 캐릭터(사실상 데드샷, 할리 퀸, 윌러)의 캐릭터성과 스토리 전개가 영화의 '지루함'을 그럭저럭 커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나고나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본색을 드러낸다. 급격히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전반부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액션신은 허접하고, 싸움의 스케일도 작으며, 무의미한 소개는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소재'가 좋았기에 인물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집중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대받았는데....

 

 

 하지만 후반부부터는 그 호기심도 바닥이 나버린다. 특히 임무 후, 데드샷이 기밀 파일을 발견하고 릭 플래그에게 그걸 던지는 씬부터 이 영화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담 제일의 싸이코패스, 밥먹듯 사람 죽이는 연쇄 살인마, 공범도 통수치는 은행 강도가 술 마시고 싶다며 술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디아블로는 과거의 일 때문에 멘탈이 약해졌다고 해도 저 세 놈이 마치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회사원'처럼 술 마시면서 안좋은 기억들을 털어내는 장면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항상 재수없게 낄낄거리며 배트맨에게 빠따날리던 할리 퀸이 맞나? 오히려 특공대 내에서 비교적 정상인인 카타나보다도 멘탈이 약해빠졌다. 조커가 죽었을 때(정확히는 죽었다고 생각할 때), 일반인처럼 눈물을 훌쩍거리는 모습은 정말 백미다.

 

 영화 상의 전개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후반부에 완전히 망해버린다. 좀비 군대에 맞서서 'VIP'를 호위하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능력 안이었던 임무는 이제 6000년 묵은 마녀를 사냥하는

것으로 바뀐다. 그러나 이 임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멤버는 불을 다루는 디아블로밖에 없다. 나머지는 그저 잉여다. 그저 야구빠따, 명사수, 칼날부메랑, 악어가 대체 세계를 멸망시킬 힘을 가진 마녀를 어떻게 제거하나?

 장담컨대 감독도 머리가 뽀개지도록 고민했을 것이다. 첫 단추를 완전히 잘못 끼웠기에 이따위 전개가 나왔던 것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얘네랑 비슷한 애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애초에 메타휴먼에 대항한다는 대의부터가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원작대로 히어로가 못하는 더러운 일을 전담했으면, 멤버들의 능력 안에서 자유롭게 진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무리수를 두었다. 돈옵저에서 베낀 듯, 메타휴먼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가져온 것이다.

 뭐, 가져온 것은 좋다. 그런데 문제는 메타휴먼에 대항하는 놈치고 쓸모 있는 녀석이 없다는 것이다. 디아블로정도나 메타휴먼과 싸울 수는 있을 정도다. 잘 봐줘서 데드샷은 어떻게든 써먹는다 쳐도 다른 놈들은 대체 왜 영입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배트맨을 영입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물론 저스티스 리그를 설립한 시점부터 물건너 간 지도 모르지만, 혹시 아는가? 만일의 사태에 모두 대비하는 배트맨이 대메타휴먼 부대를 조직하기를 원할지.

 

 실제로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 전원이 모여도 배트맨 한 명을 이길 수 있을지조차도 모르겠다. 할리 퀸과 데드샷은 이미 여러번 관광당했고, 부메랑은 데드샷보다도 약해보이며 카타나도 라즈 알 굴보다 더 강해보이지도 않는다. 디아블로가 까다로울 수는 있겠다.

 즉, 메타휴먼에 대항한다는 설정을 놓고 싶으면 차라리 저것들 다 치우고 배트맨 하나 데려오는 것이 훨씬 더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배트맨을 데려오면 욕은 먹을지라도 설정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다. 그는 저스티스 리그 내에서 초능력을 가지지 않은 '인간'이며, 오로지 자기 자신의 부와 노력에 의해 히어로 활동을 한다.

 그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맡으면 어느 정도 메타휴먼과 대적하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물론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답도 없는 급의 메타휴먼들도 '혹시' 배트맨이라면 타개책을 마련할 지도 모른다. 특히 중장년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밴 애플렉 배트맨이 스쿼드를 이끌면 그것도 간지날 것 같다. 물론 절대로 불가능하겠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윌러가 웨인을 찾아가는데, 둘이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걸봐서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결국 원작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따라가려고 했으나,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따라가지 않았기에 스토리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헬기의 미사일과 기관총, 전차의 공격을 수없이 받아도 멀쩡했던 떡대가 고작 밑에서 폭탄 하나 터졌다고 죽는 어이없는 결말. 자신의 오빠가 앞에서 싸우는 데도, 뒤에서 벨리 댄스나 추는 인챈트리스.

 조금 같이 싸웠다고 '우리는 친구' 운운하는 특공대원들. 무슨 원피스 찍냐? 오마에! 오레노 나카마니 나레!

 

 결국 이 영화에서 건질 것이라고는 벨리 댄스밖에 없다. 후반부에 캐릭터 전체가 다 망가져버렸기 때문에 누가 연기를 잘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후속작도 나오든 말든 관심없다.

 

 

 

누군가는 이 장면에서 벙쪘을 것이다.

 

 뜬금없기는 하지만, 변덕이 생겨서 감독의 입장을 조금 변호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워너브라더스의 압력 같은 외부적 요인은 집어치우고, 순수하게 작품을 보자.

 먼저 할리퀸. 감독은 개봉 전에 '할리 퀸은 조커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할 것'이라고 밝힌 적 있었다. 그러나 영화 속의 할리 퀸은 조커 없이 못산다. 얼핏봐서는 모순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어이없는 부분'에 주목하면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 할리는 영화 속에서 비교적 일반인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씬이 많았다. 문제의 도원결의 씬에서 할리는 빌런은 절대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열변한다. 좋은 일을 해도 세상이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당연히 말도 안되는 헛소리다. 하지만 감독의 언급을 떠올리면 꽤나 의미있는 모습이었다. 할리는 고담 제일의 광녀에서 비교적 일반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조커 추락 때 울었던 모습, 최종 보스 때의 꿈과 막타칠 때의 대사는 할리의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일반인화 된 혹은 일반인이 되고 싶은' 할리다. 이 영화의 할리는 여전히 미쳤지만, 점차 정신이 들고 있다. 그리고 정신이 완전히 들었을 때, 즉 '각성'하였을 때 독립하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영화 후반부 엔딩이다. 할리는 감옥 내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평화롭게 지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입단 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된다. 그러다 감옥에 폭발음이 터지자 '놀라고', 총격전 중에는 아예 머리를 숙이며 앉는다. 물론 조커가 들어오자 반기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침착하다'. 하이톤으로 앵앵거리던 광녀의 모습이 사라진 모습이다.

 시간 관계상 할리의 각성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음 작에서는(만약 있다면) 할리의 변화된 모습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때 아마, 독립된 할리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폭탄 앞에서는 너나 나나 다 한방이야. 알겠어?

 

 두번째. '메타휴먼에 대항하여 빌런들을 이용한다'는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수단이 나빴을 뿐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반쯤은 농담조이기는 하지만, 배트맨을 연결시켰으면 충분히 현실성있고 보다 철학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었다.(물론 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배트맨이 어려우면 렉스 루터나 다른 녀석들을 데려오면 됬을 것이다. 뱃대슈에서의 렉스 루터는 약간 스펙이 저렴하기는 했지만, 명예 회복 시켜주는 셈치고 대동했으면 훨씬 더 스토리를 짜내는 데에 수월했을 것이다.

 나는 메타휴먼의 도래를 걱정하는 윌러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작중 내에서 슈퍼맨은 사망하였지만, '나쁜' 슈퍼맨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론 작중 내의 잉여들보다 크립토나이트 무기를 양산화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겠지만) 만일에 하나를 위해서 이에 대비하자는 주장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영화 속 메인 보스는 '마술'을 쓰는 마녀 인챈트리스다. 반면, 디아블로를 제외한 전원은 현대 무기로서 '기술'을 사용한다.(카타나도 예외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소울테이커의 특수 능력이 주목되지 않은 것을 보아 이쪽에 포함시켜도 무방할 듯)

 인챈트리스가 초자연적인 힘을 상징한다면, 대원들은 인간의 힘을 상징한다. 데드샷은 인간의 가족애, 계산력과 집중력, 사격술로 대항하며, 할리 퀸은 어그로와 구라 그리고 우정(...)으로 대항하며, 카타나는 인간의 검술과 의지, 릭 플래그는 의무감과 연인에 대한 사랑, 부메랑은 잉여력?으로 초자연적인 힘에 대항한다.

 이는 인간은 신 대신 기계를 섬기고, 기계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인챈트리스의 대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초자연적인, 절대적인 힘을 가진 메타휴먼에 대항한다는 테마는 시종일관 옳게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조리극을 연상시킬 정도의 임팩트를 가져온 '폭사'는 이 테마를 관철하기 위한 장치라고 믿고 싶다.(...)

 

 이렇게 쉴드를 치기는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고는 절대로 볼 수 없고, 여러모로 한계가 명확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역시 벨리 댄스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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