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직법, 무엇을 위한 정유라법인가

2017. 1. 20. 19:59잡다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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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여론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작년 12월 무렵, 한쪽에는 다른 문제 때문에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바로 더불어 민주당의 유은혜 의원 등 야당계열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교육공무직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 개선안' 때문이었다.


이 법안은 교육공무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가 되었던 걸까?

다른 사람들이 잘 되는 게 부러워서 샘이라도 난 것일까? 그나저나 대체 교육공무직이 뭔데 이러는 걸까?


이 법안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교육공무직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교육공무직은 학교내에서 교원(교사)와 교육행정 공무원을 제외한 상주 인원이라 할 수 있다.

호봉제 직원, 실무사(교무, 사서, 전산, 과학), 영양사, 조리사, 돌봄강사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별로 면접을 거쳐 채용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은 좋은 일 아닐까?

일단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법안링크


5(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등

교육공무직원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

1.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교육공무직원이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2. 2년 이내로 기간을 정한 한시 사업에 필요한 경우

3. 정년을 초과한 교육공무직원을 고용하는 경우

2항 단서 제1호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2호의 사업이 연장된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10(보수 등) 교육공무직원의 보수는 교원 또는 공무원인 행정직원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정하여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 등으로 정한 근로조건이 더 유리할 경우 이에 따른다.

교육부장관, 교육감,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는 방학기간 중에 근무하지 아니하는 교육공무직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생활안정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11(직무연수) 교육부장관, 교육감,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는 교육공무직원의 연수에 관한 계획을 수립·실시하여야 하며,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연수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즉, 교육공무직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무기계약직 전환

둘째, 교원과 공무원에 준하는 혹은 더 높은 급여 제공

셋째, 연수 제공


이렇게만 본다면 이게 과연 나쁜가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업무 능력과 채용 경로 그리고 현재 처우이다.


먼저, 교육공무직 대부분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매우 떨어진다. 아니, 심지어 업무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령, 실무사 같은 경우 해당 업무의 노동 강도가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호봉직 직원 같은 경우, 지역 유지의 인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교원이나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많다.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조리사 같은 경우는 노동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다른 공무직들의 노동강도는 일반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만도 못한 수준이다.


이들의 낮은 전문성은 채용 경로에서 기인한다. 이들은 공채를 통해서 어떠한 자격이나 기술을 검증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면접을 통해서만 채용된다.

면접을 통해서 채용하는 것이 뭐가 나쁜가 싶기도 하지만, 문제는 공무직의 많은 수가 혈연과 지연 등 뒷문으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이들의 채용 절차는 결코 투명하지 않다.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업무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의 현재 처우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현재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60세까지 정년보장이 되어 있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각종 수당을 다 받고 있다.

또한 서울교육청과 체결한 협약서링크에 의하면, 협약 체결 당시의 직원들까지만 노동조건을 저하시키 않는다(제5조). 또한 학교 휴업일은 유급 휴무로 간주(제46조)하는데, 문제는 이들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원이 방학에도 월급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한국 공무원은 겸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휴업일을 유급 휴무로 쳐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직자가 아니다. 따라서 휴업일에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실제로 미국 교원들은 방학기간 중에는 급여를 지급받지 않는다. 계약직이기도 하지만, 겸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내부 사정에는 도통 관심도 없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표를 위해 선심성 법안을 입안하려 했던 것이다.

만약 그대로 법안이 처리되었다면,

공무원 급여+정년보장+단체 협약 가능+인사 조치 거부 가능+평생 한 학교에 근무+방학 급여 지급+공무원 의무 없음의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공무원도 사직하고 공무직에 지원하겠다.


 전문성도 없고, 노동강도가 높지도 않고, 고용이 불안정한 것도 아니면서 이 모든 것을 다 퍼주겠다는 그들의 의식 속에는 예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해당 법안 내에는 공무원의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전혀 실효성이 없는 구절이다. 왜냐하면 교육청은 총액인건비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액인건비 제도란 각 해마다 일정수준의 예산을 편성하고, 구성원들의 인건비를 그 안에서 운영하는 제도를 뜻한다.

때문에 공무직법안이 공무원 채용이나 처우에 영향을 안 줄 것이라는 말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 사이트링크에서는 당직자라고 밝힌 사람이 해명하였지만, 예산에 대해 전혀 무감각한 모습을 보여주어 빈축을 샀다.



요컨대 비공무원을 공무원 대우하자는 것이 이 법안의 요지인데, 권리만 있고 책임은 전혀 없는 그야말로 '떼법'인 셈이다.


일선 교육청에서는 누리과정 예산도 부족하여 행정부와 밀고당기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표를 위해서 그나마 있는 예산도 퍼주자는 국회의원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법안을 발의한 것일까?


약자들의 수호자가 되고 싶어서? 아니면 국가가 모든 사람들을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교원이 미워서?

의도가 무엇이든, 이 법안은 완전히 실패했다. 결국 국회에서 발의되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철회이지, 폐기가 아니다. 이는 유은혜 의원의 글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링크

결국 기회만 있으면, 다시 발의하겠다는 심보인 셈이다.



이 법안은 한국사회의 매우 중요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평등에 대한 나이브한 시선

해당 법안을 발의한 소위 '진보' 정치인들은 이것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니까 국민들에게도 좋은 법안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공무직의 처우를 개선하면, 누리예산이 힘들어지고 무상급식도 어려워진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은 그들의 처우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의 괴리는 진보 정치인들의 나이브한 시선 때문이다. 앞뒤 안 가리고 평등을 외치면 모두 다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평등은 수평적 평등수직적 평등이 있는 법이다.


이번 사건은 수평적 평등으로 정치권이 개입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기본권이 보장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수평적 평등보다 수직적 평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각각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결과의 평등을 주장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둘째, 지나친 이익집단 의식

소위 '보수' 정치인들의 뒤를 봐주는 대체로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 단체나 기업이라면, '진보' 정치인의 뒤를 봐주는 것은 대체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일 것이다.

경제 단체와 기업이 그러하듯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결성하여 정계에 영향력을 주는 것은 시민의 정치 참여라는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인들이 일반 국민의 편익을 해하고, 이들의 편을 들 때가 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 오송역 사태, 리쌍 사건, 노점 문제 등 특정 이익 집단의 입장만 대변하고, 다른 일반 국민들의 권익을 등한시하는 사건이 결코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 정당의 뒤에는 노동조합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 정치인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 정당의 뒤에는 재벌들이 있듯이.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국민의 대표가 되라고 만든 직책이다. 이익집단을 대변하다가 국민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면, 큰 잘못이라 생각한다.



이번 법안의 내막을 보건대,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던 것 같다. 관련 정치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신뢰성 있는 법안을 발의하여 국민들의 편익을 증진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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