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교실 애니 본 후기

2022. 2. 28. 15:47감상/미디어

반응형

 

 암살교실은 달 70%퍼를 뽀개고 지구 박살내러 온 코로센세를 죽이기 위해, 옛 교실에 중3 20여명을 몰아넣어 수업을 가장하여 암살을 시도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중앙의 문어가 세계관 최강급 하이스펙을 가지고 교육하면서, 학생들은 각자의 재능과 개성을 깨닫고 기존 경쟁주의 교육 환경도 서서히 바뀐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나도 재밌게 봤다가 한 18화인가쯤 해서 하차했다.

 

 아무래도 작중 분위기에 적응이 안된 탓이 컸다. 설정상으로 1년 후에 지구가 작살날 위기가 있어서 어떻게든 문어를 죽여야 하는데, 정작 등장인물들은 하하호호 암살놀이나 하고 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어렵고 힘든 일은 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무지 안되는 일은 결국 그냥 잊어버리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등장인물들의 작중 긴장감이 빠진 모습은 이를 어느정도 반영했을지도 모른다.

 

 작중 세계관에서 문어는 전세계의 군대도 못 때려잡은 괴물이니 중3 20명이 달려들어봐야 못 잡을게 뻔하다. 작중 너무 밝은 분위기는 일종의 '체념'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밝고, 암살을 마치 놀이처럼 여기는 작중의 분위기는 비상 상황을 빌미로 만든 올바른 교육 현장보다는 그냥 소시오패스들의 정모에 가까워보인다(...)

 

 당장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초반부부터 자기 주변 사람들이 잠정적 인질로 잡혀 있다. 물론 문어가 빌런이 아니니 단순 겁주기용으로 꺼낸 카드이기는 하나, 달리 생각하면 문어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척살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중 내에서 문어는 기본적으로 교사로서 이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초인적인 절제력이 있으나 특정 상황에서는 감정이 쉽게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문어 암살이 마치 일종의 숙제 내지는 게임화되어가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어는 3-E반에 있어 1년 내 암살해야 하는 살해 대상이자, 자신들을 성장시켜주는 이상적인 교사다. 

 실제로 죽일 수 있는가는 차치하고, 과연 이놈을 죽여야 하는지, 죽이는 것 혹은 죽이려 하는 것에 가책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일절 없다.

 초반부에 문어가 자신 살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웃으면서 즐겁게 죽여달라는 말을 정말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걸까? 

 

 그렇다. 이 애니를 보면서 들었던 이상한 점이 바로 그거다. 고민이 없다. 생각이 없다. 3-E반이 회를 거듭할 수록 인원수가 많아지는데 정작 이 중에서 작중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인물이 아무도 없다.

 계속해서 화면에 나오는 캐릭터가 35명 정도 되는데, 정작 서사적 개성이 있는 놈은 한 8명정도밖에 없다. 나머지는 사실 계속 나올 필요가 없는 캐릭터다.

 

 그리고 그 서사적 개성이 있는 인물들의 대접도 개판이다.

 반의 브레인이라는 아카바네라는 놈은 첫 등장 때나 힘을 줬지, 이후 그냥 트랩이나 계획 같은 거 짤 때 편하게 써먹기 위한 선택적 지능캐에 불과하다.

 메인 주인공인 나기사는 대체 얘가 왜 주인공인가에 대한 당위성이 전혀 없다. 보통 '평범한 주인공'은 주인공인 이유가 능력 외에 다른 곳에 있다. 보통 인성이나 신념, 의지 같은 걸 봐서 주인공 자리를 주는데, 얘는 그런게 전혀 보이지 않으니 작가가 외모로 그냥 주인공 줬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나머지 반 캐릭터들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거의 다 똑같은 녀석들이다. 대체 왜 머리색깔이나 눈동자 색은 다르게 해놓는지 모르겠다.

 

 이 만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자기 죽여보라며 티배깅하고 다니는 문어 뿐이다. 거의 문어 원툴 만화다.

 이 만화는 3-E 외의 세계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따지고 보면 교사 근처에 기숙사가 없는데(혹은 있다는 묘사가 없으니) 당연히 수업이 끝나면 각자 개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묘사도 없다.

 상당히 이상하다. 밖의 세상은 분명 존재하고 상호작용하고 있는데, 언급이 거의 되지 않는다. 마치 불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학생 등장인물들의 개인 과거 서사도 '학교'에 국한되어 있다. 여자애 하나가 부모에게 쿠사리 받은 거 하나 있긴 하지만, 그냥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없다.

 

 

 길게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나로서는 이 만화 인물들의 감정선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물에 대해 감정을 이입해야 흥미가 나는 편인데, 등장인물들 본인들부터가 본인 일을 다른 세상 일인 것처럼 취급하니 이입이 전혀 되지 않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