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은 과연 필요한 히어로인가?

2021. 5. 30. 01:12감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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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배트맨을 좋아한다.

 배트맨이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뭔가 사람답기도 하고, 특유의 딥 다크한 이미지도 좋아한다.

 말하는 것도 뭔가 진중하고 명석해보이고, Bad ass 스러운 느낌이 든다.

 배트맨이 나오는 영화와 게임도 즐겼고 만화도 봤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트맨은 과연 필요한 히어로인가?

 

 고작 만화나 영화의 설정가지고 진지하게 파고들면 씹덕소리 듣기 딱 좋겠지만, 일단 생각하니까 생각이 꼬리에 문다.

 

 1.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키 크고 잘 생긴 CEO다.

 2. 힘(물리) 있는 친구와 다른 힘(물리 외) 있는 지인들을 수도 없이 알고 지낸다.

 3. 수 대에 걸쳐 웨인 가문은 재산이 아주 빵빵하며, 그 규모는 짐작할 수 조차 없으며 이 가문의 모든 것은 브루스가 관리한다.

 4. 브루스는 밤마다 혼자 혹은 사이드킥 몇 명과 같이 범죄자들 때려잡는다.

 

 이것이 배트맨의 주요 설정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굳이 배트맨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배트맨의 기원은 부모가 노상강도에 총 맞고 뒤져서 브루스가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하는 것인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된다.

 

 범죄자를 때려잡고 싶으면 경찰이 되어도 됐다. 브루스는 똑똑한 놈이니 고든보다 더 위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경찰은 '법'의 규제를 받아서? 부패해서? 

 

 '틀'에 박힌 것이 싫으면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었다. 범죄자들을 살해교화하는 단체나 군대를 조직할 수도 있다. 웨인은 돈이 존나게 많으니 얼마든지 단체 및 군대 조직이 가능하다. 배트맨보다 배트아미가 더 낫지 않는가?

 

 사병이나 자경단을 조직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니 안된다. 고하면 애초에 경찰은 왜 안 하는거야?

 

 '법'에 어긋나지 않고, 그렇다고 '틀'에 박힌 것이 싫으면 그 막대한 재산을 범죄율을 줄이는데에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다 못해 돈을 그냥 뿌리기만 하더라도 자질구레한 범죄는 확 줄어들텐데 말이다.

 

 그건 자본주의의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그럼 배트패밀리를 만들면 되겠네. 로빈을 하나씩 두지 않고 한 10명정도만 두면 되지 않을까?

 

 물론 브루스 웨인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배트맨이라는 매우 귀찮고 위험한 일은 기꺼이 하면서, 저 짓들을 안하는 것이 너무나도 비상식적이다.

 배트맨은 분명 범죄를 소탕하는 히어로인데 정작 범죄를 소탕하는 데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이미지마저 들기 시작한다.

 이 모든 문제는 브루스의 돈이 존나게 많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브루스는 돈이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권력이고 힘이다. 돈이 많으니 권력이 높고 힘도 세다.

 그런데 정작 단 한 명의 개인으로서 직접 주먹으로 범죄자들을 두들겨 팬다. 뭔가 이상하다. 자신의 권력을 전혀 쓰지 않는 거다.

 

 브루스는 분명 고담이라는 한 사회의 지도층이다. 그럼 지도층답게 행동해야 하는데, 이런 면모를 보여준 적이 없다. 기껏해야 셀럽 파티나 쳐하는 게 전부다.

 옆동네 부자 캐릭터들은 사회 지도층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데 말이다.

 

 똑같이 돈 많은 캐릭터인 렉스 루터는 자신의 재력을 무기로 사용한다.

 

 옆동네 캐릭터인 토니 스타크와 트찰라도 돈이 많지만 직접 히어로 일을 한다. 하지만 이들과 브루스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얘네들의 빌런은 경찰이나 군대가 상대하기 버거운 초능력자인 반면, 브루스의 빌런은 엄청 똑똑하고 튼튼한 그냥 정신병자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트맨의 빌런들 중에서 초능력에 가까운 녀석들도 많다. 하지만 옆동네에 비교하면 '군대'를 보내면 어떻게든 제압이 될 것 같은 것도 사실이다.

 즉, 옆 동네 부자들은 일반인을 지원해도 해결이 안되니까 직접 돈을 쳐바른 슈트 입고 나서는 것인데

      이 동네 부자는 일반인을 지원하면 일정부분 해결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직접 돈을 쳐바른 슈트 입고 나서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왠지 배트맨이 굉장히 위선적이고 치졸한 녀석으로 보인다. 물론 코믹스에서 배트맨은 옆동네 부자들처럼 초능력자랑 싸우는 일이 많기는 하다만, 단독 세계관의 주요 빌런은 인간 정신병자들인것도 맞다.

 

 만화 설정 가지고 이렇게 따지고 드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뭔가 씁쓸하다. 배트맨이 단순히 심심풀이로 히어로를 하는 것 같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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