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3 - 어크 시리즈의 전환점

2016. 8. 12. 09:19감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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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3인칭 액션

제작사: Ubisoft

 


 어쌔신 크리드 3는 역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작품이다. 전통적인 배경이던 중세 유럽-레반트 지역에서 벗어나, 근세 아메리카 대륙으로 시대와 장소를 옮김과 동시에, 백인 주인공에서 벗어나 시리즈 최초로 유색 인종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또한 백병전과 적 진지 점령에 국한되었던 기존 컨텐츠를 일신하여, 해상전, 무역, 사냥, 농지 경영 등의 새로운 컨텐츠를 추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카운터와 일반 공격, 방어 깨기 밖에 할 것이 없었던 기존의 전투 시스템에 4지 선다 선택지, 물약 제거, 주변 지형지물의 이용, 보다 매끄러운 모션을 더하여 업그레이드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의 컨텐츠는 너무 쉽게 질린다는 단점이 있다. 사냥은 기존 RPG 게임의 몹 사냥과 비슷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무역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재료 하나 하나 일일이 구입해야 하는 비참한 UI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일정 수준의 농지 퀘스트 완료를 요구하여 게임 중후반까지는 그것을 완전하게 즐길 수 없다.

 또한 해상전은 높은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미션과 전투 스토리 패턴이 제한되어 있어 매우 아쉬웠다.

 

 해상전은 어크3의 백미.



 

 이 작품의 스토리에도 단점이 많다. 인디언 출신 주인공을 통해 미국 독립 전쟁을 관찰하는 방식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어수선하다. 주인공 코너는 독립 전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참여하여, 수많은 주요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결국 아메리카의 독립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 일련의 과정은 그 연결이 너무 허술하다. 코너가 어느 전투에서 승리한다->몇 개월 후 누가 찾아온다->어느 전투에서 승리한다->몇 개월 후..의 반복이다. 작품은 승리자로서의 코너를 주로 부각시켰을 뿐, 그 전투에 참여할 동기나 목적, 심경에 대해서는 크게 묘사하지 않았다.

 작중 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는 노골적으로 독립군을 옹호하는 경향을 보이며, 그는 항상 작 중 내내 '찰스 리'의 행방을 묻는 것 밖에 없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코너를 자유를 수호하는 '암살단'이 아니라 단순한 미국의 '독립 투사'으로 받아들이기 매우 쉽다. 그가 자신의 동족을 저버리면서 관철하려던 '신조'는 독립군 측 유명 인사와의 이벤트나 유명 전투의 색채 하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심경을 알 수 있는 단서는 각 시퀀스 도입 때의 3~4줄의 독백과 아킬레스 혹은 암살 성공 후 템플러와의 짧은 대화 밖에 없다. 게임 속 주요 연출만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 코너는 그냥 '적' 때려 잡는 것 밖에 모르는 기계로 밖에 안 보인다. 오히려 미국과 영국 간의 전쟁 속에서 평화를 모색하려던 템플러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기 쉽다.

 그러나 게임 속의 얼마 없는 단서를 추적해보면, 코너는 감정 없는 기계도 아니고 세뇌된 광신도도 아닌 글자 그대로 인류의 '자유'를 추구하는 진정성 있는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그는 템플러들의 모든 계획을 부정한다. 양 측의 사령관직을 획득함으로서 얻는 평화, 인디언들의 땅을 판매하여 얻을 보호를 버린다. 그 계획들은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불신과 계급에 의한 지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 즉, 자유와 인간에 대한 신뢰에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어쌔신 크리드 3는 템플러가 가장 인간적으로 표현되었던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의 방향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고 확신한다. 많은 게이머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던 데스몬드 데드 엔딩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내가 어크 시리즈를 하는 것은 데스몬드 때문이 아니라, 잘 꾸며진 역사 테마와 암살자들 때문이니까 그 녀석이 죽든 말든 별 상관없었다.

 하지만 독립 전쟁을 둘러싼 암살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코너 한 명)과 템플러의 갈등은 어쌔신 크리드라는 작품의 기본 배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템플러를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 미쳐 날뛰는 '전형적인' 미친 헐리우드 악당에서 질서와 이해를 중시하는 이념적 상대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전작에서는 주인공들의 '암살'에 주목했다면, 본작은 '주인공'의 암살에 주목하고 있다. 그냥 템플러 때려잡기만 하면 만사가 해결되던 전작의 주인공, 에치오 아우디토레와는 달리 새로운 주인공 라둔하게둔은 보다 복잡한 내면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라둔하게둔은 자신이 지키려던 동족들을 사실상 배반하게 되었고, 자유를 내건 미국 독립에 큰 공을 세웠으나, 그 자유를 타인에게까지 전파시키지 못했다.

 독립에 환호하는 군중들 뒤로 매매되는 흑인 노예, 인디언들은 내쫓기고, 세금이 싫어 독립하자던 정치가들이 이제 세금을 걷기 시작하는 등의 묘사는 이후 일어날 일들을 암시하고 있다. 때문에 개전의 의지였던 나무에 박힌 토마호크를 빼서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라둔하게둔의 표정은 어둡다. 템플러들을 저지한다는 피상적인 목적은 달성하였지만,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본질적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그가 만들어낸 인종과 성별 구분 없이 모두 자유롭게 지내는 대번포트 농지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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