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노인의 전쟁

2016. 10. 29. 16:51감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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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 8점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샘터사

노인의 전쟁은 식상하면서도 참신한 소설이다.

 

사실 늙은 육체를 벗어나 의식만 새로운 육체로 이전하여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과 뇌의 컴퓨터화(전뇌화)는 SF계에선 가장 흔한 설정이다. 그만큼 그 설정들은 대중적이며, 이미 잘 알려져있어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그 설정들을 핵심으로 하는 이 소설은 취향에 따라선 굉장히 식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하인라인의 스타쉽트루퍼스와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과 비교했다. 나도 읽는 도중에 그 작품들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 작품들과의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에 더 중점을 두고 싶다. 유사점에만 너무 주목하면 영원한 전쟁이나 노인의 전쟁 모두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의 '최초'라는 그늘을 결코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차이점은 곧 앞서 말한 두 작품과의 차이점이다. 나는 이 세 작품은 각각 당대의 미국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하인라인의 작품은 50~60년대의 미국이다. 거대한 적(소련)을 눈 앞에 둔 그의 세계관은 다분히 영웅주의적이고 군국주의적이다. 뿐만 아니라 폭력을 굉장히 좋아하고 미래에 대해선 진취적이며 낙관적(사실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그렇다)인 관점을 가진 그의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양분한 미국을 연상케 한다.

 반면 홀드먼의 작품은 70년대의 미국이다. 적의 정체는 끝내 알수가 없고, 전쟁 자체가 곧 목적이 되어 버린 그의 우울한 세계관은 베트남 전쟁 이후, 군사 개입의 당위성, 더 나아가 기존의 체제에 대한 당위성을 재확인해보는 70년대의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떨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의 세계관과는 달리 뚜렷한 특색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얼핏봐서는 그냥 스타쉽트루퍼스와 영원한 전쟁을 합쳐놓은 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그 모호함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황과 적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때문에 전투시마다 기존의 상식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 전투는 외교보다 간편하기에 선호된다. 그리고 전쟁을 위해선 새로운 몸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세계관을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굳이 말해야 한다면 혼란이라고 표현하겠다. 그것은 홀드먼의 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 세계관의 전쟁은 전쟁에 투입된 사람(노인)들이 자원해서 갔고, 그만한 각오는 이미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소설의 세계관은 크게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긍정적이지도 않다. 전쟁은 계속되고 수많은 사람들은 목숨을 잃는다. 이러한 모호함은 2000년대의 미국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더 이상 국민이 치르는 것이 아닌 자원한 '소수'가 치르며, 사회 발전과 기술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 전쟁을 치러야 하는 당위성은 미약하다. 이러한 혼란은 현재 세계 곳곳의 전쟁 혹은 분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이 소설의 위트는 매우 적절하다. 상황과 인물의 성격에 맞게 정말 시의적절하다. 하인라인식 위트에 그다지 적응하지 못했던 나에게도 이 소설의 위트는 매우 재미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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