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 최영미

2017. 2. 20. 12:17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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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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