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로스트아크를 한 달만에 접은 이유

2019. 2. 5. 23:36감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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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일게이트가 7년에 걸쳐 1000억을 들여 만든 로스트아크는 한때 대기열 번호 10,000번을 기록할 정도로 대인기였던 게임이다.

하지만 이제 금요일 밤 전서버 원활의 굴욕을 겪고 있는 등 흥행 부진의 위기를 겪고 있다.

 

대체 왜 로스트아크는 불과 세 달 만에 사람이 다 빠져버린 걸까?

 

 나는 약 1달 정도 이 게임을 했었다. 때문에 주간레이드 용병 돌고 있는 진성 게이머들과는 아무래도 플레이 타임과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로스트아크에 대해서 그들 못지 않게 잘 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깊이가 얼마나 얕은지 슈샤이어 메인 퀘스트 깨고, 각 컨텐츠 하나씩만 맛보면 그걸로 게임 끝이라고 해도 좋다.

 

 

로스트아크의 컨텐츠는 레이드, 카던, 카게, 생활, 항해, 모코코, 섬의 마음, 에포나, 큐브, 모험의 서, 호감도 그리고 최근에 생긴 미궁이 있다.

 

 종류가 존나 다양해서 컨텐츠가 많아보일 수 있다. 실제로도 많다. 이거 다 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로스트아크 갓겜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근데 막상 뚜껑을 까보면 컨텐츠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레이드? 현재 나온 레이드가 동물원 가서 불쌍한 야생동물들 사냥하는 것 밖에 없다. 보통 온라인 RPG에서 레이드를 간다고 하면 세계관 내에서 이름 있는 몬스터를 정해진 인원이 서로 협력해서 격파하게 된다.

 여기서 일반 던전의 보스와 레이드의 차이점은 난이도, 규모, 스토리 그리고 보상이다. 레이드는 일반 던전보다 어려운 대신 보상이 확실하다. 또한 패턴도 일반 몬스터와는 다르고 피해도 크기 때문에 공략법을 숙지해야 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소규모 파티에서 20인 원정대까지 참여 인원이 제각각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레이드는 참여자들에게 일반 던전 도는 것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느낌을 줘야 한다. 일반 던전과 레이드가 가장 다른 부분이 이거다. 레이드에 참여하는 사람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비록 스토리는 다 스킵하더라도 연출과 퀄리티 자체가 일반 던전과는 다르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아까 말했던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로스트아크의 레이드는 어떤가? 루메루스를 시작으로 몇 티어가 되었든 동물만 줄창 잡아대고 있다. 이 동물들을 잡는 데에 어떤 당위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찾아가서 자고 있는 애 뚝배기를 깨는 거다.

 동물의 왕인 에버그레이스(누가 지었는지 이름 정말..)가 주인공과 썸씽이 있는 것, 동물 잡아 재료 얻고자 하는 놈들이 생겼다는 것 외에는 도무지 이놈들을 잡아야 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잘 만든 것도 아니다. 게시판에서 파티찾아서 입장하면 필드 하나에 동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어떤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사냥이다.

유저들은 마치 사파리에 온 금수저처럼 엽총 들고 사자, 여우, 거북이, 전갈, 곰 등을 사냥한다.

 심지어 보상도 창렬하다. 레이드템은 4티어를 제외하고는 생활이나 다른 컨텐츠로 얻은 아이템과 성능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기가 더 같다.

이쯤 되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레이드라는 단어를 쓰는 건지 궁금할 정도. 그냥 이름을 사파리 월드라 바꿨으면 나았을텐데.

 

 

 카던, 카게는 솔직히 말할 가치도 없는 컨텐츠다. 카던은 기존 일반 던전 복붙한 건데, 쉽게 아이템 파밍해놓으라고 만들었으면서 정작 일일 횟수 제한 3회를 걸고 아이템도 랜덤으로 뺑뺑이 돌린다. 카게는 유일하게 세계관과 맞추려 노력하는 컨텐츠인데 하루에 두 번 뜨면서 지역도 랜덤, 게다가 선착순으로 일부만 받아서 겜창들 아니면 하기 어려운 있으나 마나한 컨텐츠다.

 

 RPG의 기둥을 차지하는 전투 컨텐츠가 하나 같이 어디 나사 빠져있다. 혹자는 다른 게임과 비슷하게 대인원이 공략하는 에픽 레이드가 추가될 것이며, 일종의 길드전인 실마엘 전장을 기대하라는데 존버해서 많이하세요’.

 에픽 레이드라고 해봤자 카던이 기존 일반 던전을 복붙한 것처럼, 시네마틱 던전을 복붙할 것이 뻔한데? 연출력이 좋았다고 평가 받은 루테란 왕의 무덤, 크라테르의 심장, 애니츠의 죽음과 삶의 경계 같은 거 대충 바꿔가지고 넣겠지.

 그리고 길드전 컨텐츠라고 필드 하나에서 포인트 두고 여럿이서 싸우기 + 보스 깨기 넣는 건 너무 진부하지 않나? 10년 전 게임에도 있었던 것을 지금 추가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지경.

 

 

 생활 컨텐츠는 글자 그대로 G 누르기다. 채집물에 다가가서 G를 누르면 된다. 시간이 되면 채집하고 G를 누른다. 이걸 무한 반복하면 된다. 유디아에 가든 로나운에 가든 비밀던전 가든 결국 하는 건 똑같다.

 개인적으로 이 ㅂㅅ같은 컨텐츠는 대체 왜 넣은지 모르겠다. 캐릭마다 올릴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고 생활 스킬 끼리의 밸런스도 전혀 안 맞는다. 이 컨텐츠에서 하는 건 오직 G 누르는 거 밖에 없다. G G GX 같다.

 그렇게 모던 타임즈의 채플린 뺨치게 단순 노동에 빠지다 보면 생활 컨텐츠를 하면서 내 생활이 쓰레기가 되는 경지에 도달한다. 어떤 자는 아예 골드벌이로 이것만 죽자사자 해서 한탕하고 빠지기도 한다. 중국 작업장가면 업계 탑연봉 받을 것 같은데..

 그렇게 X 빠지게 채집물을 캐면 NPC에게 재료를 고스란히 가져다줘서 아이템을 만든다. 으잉? 결국 엄청난 시간을 쏟은 내가 하는 건 채집하는 것 밖에 없네?

 생활 아이템을 생산하는 것은 재료만 있어도 된다. 레벨이 어쨌든 어차피 남에게 하청 주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근데 이왕 하청 줄 거면 내가 생산하고 채집을 NPC에게 줘도 되잖아? 왜 이 생각은 안 해본 거야? 만드는 것과 재료 구하는 거 어느 것이 더 재밌을 지는 옆집 유치원생에게 물어봐도 알 거 같은데?

 애초에 다른 게임을 해봤으면 알텐데? ‘채집같은 1차 산업군은 레벨 제한이 없거나 있어도 주가 아니며,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것은 생산이라는 것을. 애초에 동종업계 사람들이 병신이라서 유저들이 생산 관련 스킬 올리게 하는 게 아닌데 이 부분을 간과해버렸다.

 

 

 항해 컨텐츠는 그냥 만한 배 하나 띄운 뒤 어디 가서 qwer 누르는 모바일 게임이고, 모코코는 사회 생활 못하는 어느 개발자가 넣은 개꿀잼몰카(라고 제딴에는 생각했겠지) 컨텐츠다.

 섬의 마음은 대체 내가 왜 섬과 썸까지 타야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는데, 하는 방식도 븅신같다. 섬마다 마음을 여는 방법이 다른데 퀘스트형, 마이웨이형은 그나마 얻기가 쉽다.

 그런데 개발진들이 애써 만든 컨텐츠가 1회성으로 전락하는게 너무 아까운 나며지 같은 클리어 방식을 보급시켰다. 꺼라위키 말따나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사람들과 한정된 짓거리를 하며 한정된 것을 두고 경쟁하는데, 이렇게 해서 이겨도 줄지 안 줄지 모르지롱~~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얻었지만 정작 보상이 존나 창렬하다. 창렬한데 왜 안하냐고? 무조건 15개 먹어야 다음 필드 넘어갈 수 있거든. 게다가 빠른 배 하나가 있어서 이거 먹으려면 반드시 섬이랑 해야 함.

 이거 만든 사람은 개인적으로 업계에서 어떻게 취급받는지 정말 궁금하다.

 

에포나, 큐브, 모험의 서, 호감도 다 다른 게임에도 있는 양산형 일퀘.

 

 

 요약하면 이 게임 주력 컨텐츠인 레이드는 엄청 큰 동물 하나 이유 없이 잡는데 보상도 제대로 안 주며, 생활은 G 버튼 성애자들을 위한 컨텐츠며, 항해는 존나 못 만든 모바일게임, 모코코는 지만 재밌는 개꿀잼몰카.

 

 안 접을 이유가 없다. 어느 것 하나라도 깊이 파고들만한,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이 없다. 게임 내 컨텐츠도 이 지경인데 유저 편의성은 개나줘버렸다. 여러모로 답이 없는 게임.

 특징이라면 무과금해도 된다는 건데, 내가 뭐 거지도 아니고 차라리 과금해서 아키에이지, 블소, 검사, 마비, 메이플 하지 이딴 걸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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