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2015) - What a lovely day

2017. 2. 9. 00:32감상/영화

반응형

장르: 액션

감독: 조지 밀러

주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정말 경외심이 드는 영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저 그런 쌈마이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처음 10분만에 나는 그 편견을 완전히 고쳐버렸다. 이 영화는 세계관이 너무나도 철저하게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제작진들의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본작은 제88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상을 수상하는 등 일찍이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나는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최근의 영화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1. 내가 이 영화가 마음에 든 이유

1-1. 직관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

나는 사실 매드 맥스라는 시리즈가 존재하는 지도 몰랐다. 이 영화를 보고 좀 찾아보니 벌써 세 편의 전작이 있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굳이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이전 작들을 찾아 볼 필요가 전혀 없다.

작 중 주인공 '맥스'에 대해서 관객인 우리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지 않다. 그저 그의 이름이 맥스이며,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여행하고 있다는 것밖에 모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족하다. 영화의 스토리에서는 딱 그 정도의 정보만을 가지고 있어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다.



감독은 맥스라는 캐릭터를 오직 이 씬 하나로만 설명한다. 놀라운 연출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전직 경찰이었는지, 지하 격투를 했는지, 누구를 죽이고 구했는지 우리는 알 필요가 없다.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하는 것은 작중 내의 위기를 그가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것이다. 어떤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트라우마를 계속해서 앓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주요 플롯일 것이다.

이렇게 몇 개의 정보만으로 영화의 핵심 줄거리를 간단하게 짜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인공, 임페라토르 퓨리오사의 이야기도 직관적이다. 그녀는 시타델의 사령관으로 '임모탄 조'라는 리더에게 매우 신임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가 무기와 석유를 보급받는 임무 도중 탈주한다. 왜? 바로 임모탄 조의 아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서다.

그 이상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 작중 내에서는 그 탈출 계획의 이유를 단지 '구원'때문이라고 언급한다. 구구절절한 과거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가 왜 '구원'을 바라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녀는 납치되어온 데다가, 여성에,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약육강식의 시타델에서 결코 쉽게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최고 사령관이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겠는가?


시타델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임모탄 조가 전직 군인 출신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독재를 유지하는가가 중요하다. 영화는 긴 말을 하지 않는다. 물을 '폭포'처럼 내릴 수 있게 하는 장면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가 그 많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억압할 수 있었던 힘인 것이다.

이 모든 배경과 이야기를 영화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눈치챌 수 있게 만든다. 집중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이 영화의 플롯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1-2. 조연들의 역할 배분

조연들이 많이 등장하는 미디어 매체에는 이 문제가 빠질래야 빠질 수 없다. 조연, 특히 주인공 일행이 너무나도 많을 경우 분량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누구는 출연량이 많고, 누구는 너무 적어서 병풍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본작은 역할 배분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수행하여, 공기 캐릭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투는 맥스와 퓨리오사가 주로 담당하지만 스토리의 감정선은 조연인 '다섯 아내'들이 담당한다.

 그 중 스플렌디드는 탈출 계획을 계획한 실질적 리더로, 임모탄 조의 추격을 저지하기도 한다. 토스트는 전투에서 큰 도움을 주며, 케이퍼플은 눅스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공헌한다. 대그는 시드 키퍼에게 씨앗을 받아 문명을 재건하는 유지를 이어받으며, 막내인 치도조차도 마지막에는 임모탄 조를 살해하는 데에 크게 공헌할 정도였다.



부발리니는 성별과 연령의 고정관념을 깬 캐릭터이다. 오버워치의 아나 아마리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비교적 후반부에 합류한 부발리니조차도 기존 멤버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활약을 보여주어 분량을 톡톡히 챙겼다.

빌런들도 네임드 급은 대체로 한 번씩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완벽한 분량 조절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분량 배분이 잘못되면, 공기 캐릭터가 등장한다. 공기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캐릭터의 존재 자체가 짜증이 나게 된다. 작품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분량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하지만, 작가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본작은 다르다. 본작은 정말 최고다. 


최고의 씬 스틸러, 기타맨. 대사는 하나도 없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1-3. 캐릭터

매드 맥스는 페미니즘 영화라는 평이 많다. 왜냐하면 양대 주인공 중 하나인 퓨리오사의 존재 그리고 조연인 다섯 아내와 부발리니의 활약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의 구성은 주로 남성으로 이루어진 시타델 추격군과 주인공 맥스를 제외하면 전원이 여성인 일행이 대결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영화는 성별과 연령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는 데에 주력한다. 여성인데다가 장애까지 가진 퓨리오사는 사령관을 거쳐, 결국 임모탄 조를 죽이고 시타델의 지도자가 된다. 


모계 부족인 부발리니는 이미 멸망이 예정된 자들이다. 얼핏봐서는 매우 나약한 자들이다. 맨 처음 등장했던 씬에서도 미숙한 여행자들을 등쳐먹으려는 얄팍한 수작을 부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영화는 과감하게 이 의문을 떨쳐버린다. 노전사들은 작중 내의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싸워, 노익장을 과시한다. 


또한 이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기도 한다. 바로, '씨앗'으로 대응되는 문명의 재생이다. 작중 내에서는 몇 번이고 '대체 누가 세상을 죽였나'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핵전쟁으로 기존의 문명이 박살나면서, 온통 증오와 체념뿐이다. 이는 약간 우스꽝스러운 시타델의 사이비 종교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타델의 워보이들은 세상이 망한 것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저 압도적인 무력감에 화낼 뿐이다. 그 분노를 사이비 종교가 이용하여 타인에게 발산하도록, 임모탄 조가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발리니는 다르다. 이미 실패한 농경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곳에서 문명, 즉 이전의 삶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녀들의 존재는 단순히 '같이 싸우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 영화의 결말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이었던 것이다.


 

2. 아쉬웠던 점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벽했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인지라, 나도 이 본작에 대해서도 아쉬웠던 점이 있다. 먼저 임모탄 조의 아내들이 다섯 명으로 너무 많았다. 물론 개개인의 특성도 있고, 분량도 제법 분배되어 있지만 사실 2~3명으로 충분히 압축시킬 수 있었다. 너무 인원이 많아서 조금 보기가 불편한 것도 있었고 몰입이 저하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아쉬웠던 점은 맥스다. 이 영화는 맥스와 퓨리오사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속에 맥스가 없다. 초반부를 지나면 맥스의 존재는 탈출 일행에 부속되어 버린다. 작중에 맥스는 놀라울 정도로 관찰자적 입장을 보인다. 그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고, 이름도 맨 처음과 맨 마지막에만 나올 뿐이다. 중반부터 보면,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뭔가 스토리의 중요한 축이 없다. 특히나 영화 제목부터 매드 '맥스'인데, 그의 플롯이 너무 희미한 것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매우 잘 만든 명작이다. 끝내주는 액션 씬뿐만 아니라, 의외로 여러모로 생각할 점도 많았다. 적어도 최근 1~2년 사이에 나온 대부분의 영화보다는 깊이가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