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편견과 이해의 문이 열린다

2017. 12. 23. 09:12감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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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문학동네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요약

 한 중학교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난다. 크리스마스 이브. 눈이 내리던 밤, 한 소년이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사건 조사가 진행되던 중 의문의 고발장이 발송되고, 자살로 단정지었던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언론, 학부모, 학교, 학생이 얽힌 이 사건의 전말이 과연 밝혀질 것인가?

 

 

2.구성

 본 소설은 3개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1권은 사건의 개요와 기본 정보 그리고 교내재판이 결정되기까지의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전주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 파트에서 플롯 전체를 관통할 중대한 복선이 등장한다.

 

 2권은 교내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1권에서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윤곽을 뚫고 '진실'을 찾아 분투하는 학생들. 검사와 변호인의 상반된 입장이 충돌하면서도, 묘하게 화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권은 교내재판을 통해서 진실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서 그동안 감춰왔던 상처들이 공개적으로 표현되고 비로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3.감상

 거의 20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많이 썼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소설에서 주제로 다뤄지는 사건은 오직 하나. 가시와기 다쿠야 사망사건이다. 사건이 자살인지 살인인지, 살인이면 누가 왜 죽였는지만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글을 계속 보면서 그 생각이 너무나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진실'을 추구하지만, 역설적으로 '진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다쿠야가 자살했냐, 살인당했냐가 아니었다.

 진정으로 눈을 돌려야 했던 것은 사망사건으로 벌어진 억측과 부화뇌동 그리고 무사안일의 태도가 빚어낸 또 다른 비극이었다. 최초 사건은 막을 수 없었지만, 이후 일어날 일련의 또 다른 죽음들은 분명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충분히 존중하고 아꼈다면 말이다. 작중 후지노 료코의 지적을 내 방식대로 응용하자면, 처음에 사람들은 사건을 자신들의 감수성을 돋보이는 데에만 이용하였다. 실제로는 별 관심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아이의 죽음. 그 사건에 '슬퍼야 한다'는 군중심리와 도덕성이 일시적인 추모 분위기를 이끌어, 신화화하는 데에나 집중했다.

 생전에는 관심도 없던 소년을 학교 전체가 슬퍼한다. 이 과잉된 거짓 감정의 틈을 한 소녀가 자신의 원한을 푸는 데에 이용하면서 모든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3-1.캐릭터

 이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후지노 료코, 간다라 가즈히코, 노다 겐이치, 오이데 슌지, 미야케 주리 이 5명이라 생각한다.

 이 중에서 내가 관심있게 지켜봤던 인물은 미야케 주리. 1권에서 그녀의 언행은 정말 정을 부팅고 싶어도 붙일 수 없는 '절대악'을 상징했다. 오이데 슌지와는 다른 의미의 절대악인 것이다. 사사키의 지적대로 오이데와는 달리 자기 자신의 행동이 정의라 생각하는 그녀의 거짓은 결국 또 다른 트러블 메이커, 모기 기자를 부르게 된다.

 

 때문에 난 이 캐릭터를 엄청 싫어했다. 편집증적이고 항상 주변에 신경질내는 정신병자. 대체 작가는 왜 이 캐릭터에 주목했을까.

 

 나는 이 인물이 이 글의 주제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무관심과 멸시, 편견에 둘러싸인 그녀는 무엇 하나 항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자신의 행동을 변론해주지는 못해도, 그 동기에 대해서 어떠한 이해도 구할 수 없는 그 고립적인 상황이 그녀를 더욱 더 구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사건 관련자에게 공통으로 드러난다. 쓰자키 교장, 모리우치 선생, 오이데 피고인, 가시와기 히로유키 등등..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그들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남긴 것이다. 작중 가장 중요한 사건인 교내 재판이 일어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불필요한 상처 때문이었다.

 

 

 미야케는 타인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녀는 편견의 문을 최초로 열면서 그와 동시에 이해의 문을 가장 나중에 열었다.

 자신의 친구 아사이 마쓰코에게 모질게 대했던 그녀가 재판 최후때 간다라를 위해 변론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3-2.끝으로

 이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먼저 알아가는 것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인가? 단순히 관심을 가지거나 알아가는 것은 이해가 아니다. 모기 기자가 이를 입증하지 않던가.

 저자는 이해를 '듣는 것'으로 정의했다. 길가던 학생을 때려눕히는 오이데, 거짓 고발장을 쓴 미야케, 안일하게 대처한 쓰자키, 차별과 무능의 모리우치..

 

 모두 재판 전에는 자신의 의견 혹은 속마음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재판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방청객과 배심원들이 이를 진지하게 들으면서 비로소 '이해'를 하게 된다.

 이해란 남의 의견을 듣는 것.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그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고민해보는 거싱 아닐까. 하고 저자가 말하는 듯 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일본적인 교훈이다. 다수가 소수를 포옹하고, 구성원들 각각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 글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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