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공염불, 국세청법

2016. 10. 25. 23:23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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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 동안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논의된 법이 있다. 바로 국세청법이다. 원래는 1999년, 재경부 국세공무원법으로 제정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국세청법은 말 그대로 국세청에 관한 법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법원, 국회와 같은 권력 기관인 국세청의 임용·교육훈련·복무·신분보장 등을 정하는 법률이라 할 수 있다. 상기한 기관들은 모두 공무원법뿐만이 아니라 각 기관에 걸맞는 고유한 법률이 준비되어 있다.

 

 가령 경찰공무원법, 검찰청법, 국가정보원법 등이 있다. 이러한 법률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일반 공무원들과는 다른 근무 환경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들이 중요하지만, 이들이 하는 업무는 국가를 구성하는 데에 특히나 중요하기 때문에 그 권한과 직무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통제하는 법안을 가진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권력 기관 중 유일하게 고유 법률을 가지지 않은 곳이 국세청이다. 사실 국세청은 1999년 국세공무원법으로 국세청법을 가질 예정이었다. 당시에 불법 정치 자금 조달 문제 때문에 국세청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나오던 때였다.

 이때, 재정경제부에서는 국세공무원법을 제안하였는데, 그 내용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국세청 공무원과 재경부 세제실, 국세심판소(現 조세심판원) 공무원들을 국세공무원으로 포괄해 법으로 규정.

 2. 국세청에 국세공무원인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인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고, 위원 중 일부를 인사관련부처의 공무원을 임명하여 공정성 확보.

 3. 음성 세원 발굴 및 세무 조사에 탁월한 자에게 특별 승진과 포상금 지급 가능

 4.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해 5급 15년, 4급 13년, 3급 5년, 2급 4년의 계급 정년제 도입

 5. 국세 공무원이 정치활동 혹은 집단 활동을 할 경우, 일반 공무원보다 그 벌칙을 무겁게 하고, 직무상 범죄에 대하여 형벌이 정한 형량의 1/3까지 가중처벌 가능.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도 못했는데, 다른 부처들의 반대와 특별 수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었다.

 

 이후, 국세청법은 수면 밑으로 사그러들었다가 2007년 7월, 한나라당 엄호선 의원이 국세청법을 발의하였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되기도 했다.

2007년 국세청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국세청장을 1급 국세공무원 중에서 선발하고, 임기는 2년 단임으로 한다.

 ->국세청장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를 정하고, 기관 내부 출신 임명.

2.국세공무원의 보수를 대통령령에 별도로 규정하고, 인사상의 특례 조항을 넣는다.

 ->신분을 보장함과 동시에, 성과 중심적 행정을 실현하려는 취지. 

 

 그러나 국세청 외부 인력의 진입을 막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세제실, 관세, 지방세 등)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반대 여론이 있어 결국 흐지부지되었다.

 

 그리고 2014년, 이번에는 민주당의 조정식 의원이 국세청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가 제출한 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국세청장의 임기 단임 2년, 단 국세청 외부 출신도 가능

 2. 국세공무원 인사위원회 설치

 -국회에서 지명한 4명, 기재부 장관 추천 1명, 국세청 차관1명, 납세자 보호관 1명 총 7명으로 위원을 구성. 국세청장 후보 추천 및 국세 공무원 인사, 국세공무원 감찰 및 조사, 납세자 보호 관련 제도 개선, 세무조사의 절차와 내용 등을 다룰 예정.

 3. 국세공무원 특정직 전환

 4. 국세공무원 재취업 규제

 -퇴직 전 5년간 소속한 부서와 관련있는 기업, 주류 업체, 로펌, 회계법인, 세무법인에 취업 불가

 5. 권한 남용에 대한 처벌 강화

 

 대체로 국세청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들을 마련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무산되었다.

 

 국세청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하나 같이 동일하다. 다른 부처들과 다르게 대우한다는 것이다. 즉, '섭섭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국세청법은 통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세청이 전담하는 세무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직성,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법안이 필요하다. 설령 다른 공무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질 지라도, 애초에 자신이 맡는 직급에 따라 다르게 대우받는 경우는 많다. 법원 공무원, 국회 공무원, 소방 공무원, 경찰 공무원, 군인 등이 그렇다.

 국세 공무원도 그들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다른 부서들은 차별이라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업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국세청법이 제정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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