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1994) - 명작인 건 알겠는데 내 취향은 아냐

2021. 8. 29. 19:30감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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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드라마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배우: 톰 행크스, 게리 시니스, 로빈 라이트

 

내 평점: ★★☆☆☆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명작이라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아카데미 상을 몇개나 탔고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감을 줬다는 사실은 귀가 닳도록 들었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차라리 이 영화와 동년에 나온 쇼생크 탈출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영화 스토리는 그냥 미국의 근현대사 중 중요한 사건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포레스트라는 인간의 삶은 깃털처럼 그 역사의 한가운데를 배회하면서 사건들을 되새김질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거의 말도 안되는 행운과 기회를 주인공은 아주 손쉽게(?) 잡는데, 난 여기서 포레스트의 서사가 역사라는 거대담론을 설명 및 풍자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레스트는 어렸을 때부터 일진에게 쫓겨다니면서 달리기 실력이 늘어 체육특기생으로 명문대도 다니고, 베트남전에서 전우 여러 명도 살리고, 중국 대표 선수와 탁구도 치고, 태풍으로 자기 배 한 척만 남아 새우잡이로 떼돈 벌고, 동업자 소위가 애플 주식 사준 덕분에 평생 돈 걱정이 없다.

 

 이 과정에서 그가 겪은 고난은 어렸을 때 엄마가 교장과 잤다는 것, 일진이 맨날 쫓아와서 도망쳐야 했다는 것, 전쟁터에서 죽을 각오하고 전우를 구한 것(당연히 안 죽을 거라 생각하니 사실 전혀 와닿지 않는다.), 첫사랑이 자꾸 자기를 차면서 도망간다는 것 정도다.

 

 그가 겪은 행운과 고난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행운은 스스로 뭔가를 얻고자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미국사를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서사적 도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개인의 삶은 사실 마지막 역사적 이벤트인 '워터게이트'가 끝나고 나서 비로소 시작된다. 영화 거의 다 끝나서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독일인 슈나이더와 일본인 다나카가 코리안 베스트 무비 국제시장을 보면 무슨 느낌이 들까.

 

 영화 국제시장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그 느낌을 상상해보니까 그리 좋지 않았다. 다른 나라 추석용 영화를 내가 왜 봐야하냐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국제시장이 나와서 생각이 나는 거지만, 똑같이 역사 회고 및 풍자를 하는 영화인데도 국제시장과 포레스트 검프의 접근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포레스트 검프는 자신의 이야기인데도 그를 배제한다. 국제시장은 자신=세대의 이야기임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헌신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다.

 

 이런 신파와 강조 때문에 국제시장이 감성팔이, 세대갈등, 꼰대 등 혹평을 받았지만 나는 오히려 국제시장의 접근방식이 더 괜찮다고 생각한다.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국제시장에는 개인 혹은 세대가 있다. 그 속에는 욕망이 있다. 자신이 이렇게 고생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호소가 있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에는 없다. 우리가 미국 현대 역사의 중요 사건들을 반드시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포레스트가 존 레논과 만났는지 엘비스랑 만났는지 알 필요가 없다.

 

 나한테는 영화 내에 개인이 존재하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개인을 단순 서사의 도구로 쓰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특히 어떤 대의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래서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동년에 나온 쇼생크 탈출이 훨씬 더 내 취향에 맞다. 앤디라는 개인이 어떻게 역경을 딛고 일어나 살아가는지에 대한 희망찬(?)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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