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2016) - 너무나도 졸리다

2017. 1. 3. 19:02감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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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의석

배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장르: 액션(?????????), 범죄



모처럼 영화를 볼 기회가 있어서 마스터를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영화는 전혀 볼만할 것 같지 않았고, 그나마 나아보이는 것이 이 영화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보면서 느꼈던 것을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졸렸다. 

첫 장면부터 강동원이 폼잡으면서, 윈스턴 처칠과 런던 경시청의 일화를 설명하는데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며, 권력 앞에서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너무 뜬금없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추격씬이라던가, 일상 업무 혹은 아무 대사도 하지 않고 그냥 업무 중의 강동원 원샷을 찍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어떻게 찍어도 배우가 좋으니 그림이 나올텐데 굳이 첫 장면을 저렇게 낭비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스토리텔링에서 주제를 직접 말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에 가까운 짓이다.

왜냐하면 관객을 바보 취급할 뿐만 아니라, 잘못하다가는 설교조가 되어 분위기를 완전히 다운시키기 때문이다.




덕분에 첫 장면부터 졸았다. 이어지는 씬에서는 특별히 감명 깊은 부분이 없었다. 그저 너무 너무 너무 졸렸다.

영화의 플롯은 원 네트워크(미생의 원 인터내셔널????) 회장인 이병헌을 강동원과 김우빈이 쫓아 검거한다는 내용이다.



첫번째 단락은 원 네트워크의 실체와 김우빈과 그 친구의 악랄함(?), 그리고 강동원의 김우빈 잡기로 구성되어 있다.

원 네트워크나 김우빈, 그리고 이병헌의 캐릭터 설명은 당연히 필요하기에, 분량을 할당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다. 문제는 너무 쓸데없는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가령 이병헌이 김우빈과 진경을 서로 손잡게하는 장면은 전혀 웃기지도 않고, 구성상 있을 필요도 없었다. 감독은 이 장면이 웃겼을까?


이 단락에서, 강동원은 김우빈을 미끼로 원 네트워크에 침투하려 하는데 여러 이유로 실패한다. 집행유예라는 당근에 너무나도 쉽게 넘어간 김우빈은 회장을 버리고 독자 생존과 경찰 협력을 병행한다. 나름 괜찮은 전략인 듯 보였지만 자신의 편이 없었기에 너무나도 무력했고, 영화는 그 '당연한' 전개를 뒤집지 않는다.


여기서 이 영화의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영화는 가능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원 네트워크와 그 후속작인 마닐라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사기를 제외하면, 수사 목적과 과정, 등장인물들의 동기, 주변 상황과 그에 따른 대처 행동이 누구라도 생각할 법한 비교적 현실적인 방안으로 짜여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지 않는다. 그냥 경찰이 나쁜 놈 잡는 이야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다못해 TV에서 하는 '사이렌'이나 현장 24시 같은 경우에는 정말 '현실'의 이야기인데다가 특유의 소박함?이 더해져 시청자의 흥미를 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니다. 배우 세 명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물론 배우 보려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스토리가 중요하고, 감동이 중요하다.

영화든 책이든 애니든 드라마든 뭐든 '텐션'이 중요하다. 관객에게 나는 뭔가 중요한 것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계속 흥미를 끌어서 붙잡아 두어야 한다.

 그게 바로 '재미'다.

 그런데 그런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다. 마치 CSI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사 반장은 폼잡으면서 사건에 대해 지시하고, 일련의 전문적인 과정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CSI류의 드라마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매니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영화다. 드라마라면 어느 정도 기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단락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씩 풀어가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니다. 약 2시간 동안 어떻게든 관객에게 하나의 서사를 끝내야 한다. 드라마 한 두편의 시간으로, 드라마 전체 분량의 이야기를 끝내야 하는 구조다. 그렇기에 과감한 생략과 전개가 필요했다.



그러나 영화는 검거 실패로, 두번째 단락 이병헌의 도주와 마닐라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한다.

첫번째 단락까지는 그래도 졸음을 참고 어느정도 봐줄만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하는 격이었다. 이병헌이 나쁜놈인 것을 몇십분 동안 이미 설명했는데, 또 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나?

차라리 이병헌이 무슨 사기를 치고 있다고 브리핑을 통해서 간략하게 넘어가고 강동원과 김우빈의 활약에 집중했어야 했다. 3조가 어떻고, 변호사가 어떻고 그렇게 '현실적인 티'를 내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다.


이런 말하면 좀 미안하긴 하지만, 마치 설명충보는 것 같았다. 영화가 관객에게 설명을 하지 못해서 안달난 것 같았다. 하지만 설명도 초반에 하거나, 지나가는 수준으로 해야지 너무 과도하게 해서 본말이 전도되어 버렸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 설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보기 위해서 영화가 있는 것 같았다.



뭐 어쨌든 세번째 단락은 강동원과 김우빈의 마닐라 출두와 검거 과정으로 구성된다.

진경이 사망하는 장면은 아무런 자극이 되지 못했다. 솔직히 진경이 맡은 '김엄마'의 포지션이 너무나도 어중간하다. 분명 설정상 포지션은 중간보스 격인데, 그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회사 폐기처분(....) 담당하고, 뒤통수칠려다가 당하는 것이 고작이다.


 영화의 긴장감 조성을 위해서는 진경의 '중간보스적 활약'이 보다 두드러져야 했다. 이병헌으로 가는 길을 막는 어떤 충돌을 조장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회사 처분 후에는 그저 팝콘만 뜯고 있다.... 김우빈을 마닐라로 부른게 고작. 차라리 이병헌 옆에 있던 마닐라 갱이 더 활약한 것 같다.



진경의 병풍화(..)에는 김우빈의 친구(?)에 너무나도 많은 분량을 할애한 탓도 있다. 그 친구는 숲속 어딘가에 짱박혀서 돈세탁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조연이다. 근데 문제는 필요가 없다. 정말 존재할 필요가 없다.

해킹을 비롯한 컴퓨터 작업은 그냥 김우빈이 해도 된다. 애초에 전산담당 아니었던가. 그 편이 오히려 더 서사가 깔끔하다. 이병헌의 오른팔이던 그가 과거의 죄를 뉘우친다는 전개도 훨씬 더 설득력이 강해진다. 영화 내내 언급만 되던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의 운영에 개입하였으니까.

그렇게 했다면 쓸데없는 분량이 줄고, 보다 영화의 긴장 형성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다.



요약하자면, 이 영화는 너무 설명을 많이하고 쓸데 없는 부분을 쳐내지 않아서 지루함을 유발한다. 배우 얼굴 보고 싶거나, CSI 같은 수사 드라마 좋아한다면 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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