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나이퍼(2014) - 허트 로커의 완벽한 하위호환

2017. 3. 10. 00:46감상/영화

반응형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배우: 브래들리 쿠퍼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 전쟁 중에 활약한 크리스 카일이라는 저격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작중 주인공인 카일은 애국심이 투철한 전형적인 텍사스인으로 나온다. 그가 미군에 입대한 정확한 이유는 제대로 밝혀지지는 않지만, 영화 초반부에서 '사람은 세 종류, 양과 늑대, 양을 지키는 개가 있다. 나는 내 아들이 양이나 늑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한 그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케냐 미 대사관 테러 사건을 계기로 그는 양을 지키는 개가 된다. 그 후로 네이비 씰에 입대하여, 저격수 훈련을 받고 수많은 적을 사살한다. 그가 사살한 적 중에는 여자나 어린이들도 있다. 이슬람 테러집단은 여자나 아이에 대한 경계가 비교적 낮다는 점을 이용하여, 테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항상 그들을 마주할 때면 윤리적 갈등 상황에 놓인다. 그들이 전우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사격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적이 아니라면? 영화는 조준경을 클로즈업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공의 심정을 잘 나타낸다. 


 영화는 가족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 카일부터 상대 저격수 무스타파는 물론이고 저격하거나 저격에 희생된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을 가지거나 가질 예정이었던 사람이다. 이 부분은 꽤나 곱씹어볼만한데 아군과 적군 모두 인간이라는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던지는 건지, 아니면 반전 메시지를 던지는 건지 약간 헷갈린다. 

 이오지마 전투를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라는 두 영화를 통해서 상대적 시각을 표현했던 감독의 이전 행보를 보면, 아마 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영화 이름부터가 아메리칸 스나이퍼이기에 미국 만세 영화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사실 군인들에 대한 대접이나 사용 무기들을 보면 미국 만세이기는 하지만 그건 엄연한 현실이니..


 이념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가 국뽕을 빨았냐하면, 사실 그것도 아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라크 전쟁이 정당하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애초에 이 영화는 전쟁이 정당하냐 아니냐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사람들이 전투에 참여하고, 죽고, 죽이는 장면들만 나온다. 전쟁의 당위성은 각자의 판단 몫이다. 다만, 이 영화의 무대가 이라크 전쟁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그냥저냥한 영화였다. 미국에서는 이 영화가 대흥행하여 2014년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도 더 흥행했다고 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당사국이니 그런 것이다. 다른 해외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는데, 아마 재미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누가 이 영화를 추천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쎄. 나에게는 그냥 일반 전쟁영화와 다를 바가 없었다. PTSD, 전우애, 가족과 전장 간의 갈등... 그냥 서사가 다 똑같다.

 차라리 EOD 임무를 다룬 허트 로커를 추천한다. 솔직히 허트 로커가 이 영화의 완벽한 상위 호환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지간이 몰입하지 않는 이상 무언가를 얻을 수 없다. 특히나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인 이상, 그저 사람들이 죽고 죽이냐 그 뿐이다. 그런 것은 다른 영화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하지만 허트 로커는 관객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공포심을 자극한다. 임무의 실패가 자신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전우, 민간인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상기된다. 이미 전쟁에 중독된 주인공의 모습은 영웅이라기보다는 약간 또라이처럼 보인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폭발물을 설치하고, 그것을 해제하는 광경을 보면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똑같이 가정 이야기, PTSD, 전우애가 나오지만 허트 로커가 훨씬 더 낫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보다는 허트 로커를 추천하는 바이다. 어쩌다보니 허트 로커 광고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