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9. 19:44ㆍ감상/영화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배우: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
언터쳐블은 상류층과 하류층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국내에서는 1%의 우정이라고 부제목을 달았는데 아마, 상위 1%와 하위 1%의 만남이라고 선전하는 게 더 그럴 듯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엄청난 재산을 가진 필립과 세네갈 출신의 무일푼 드리스. 이 둘의 만남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상류층만의 예절과 교양은 드리스에게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하고, 하류층들의 문화 또한 필립에게 너무나도 낯선 것이다.
때문에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공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날 때부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가.
필립은 얼굴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환자다. 때문에 자신을 옆에서 돌봐줄 사람을 고용하려 하는데, 드리스가 정부 지원금을 얻기 위해 간호인 채용에 지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드리스는 강도죄로 6개월 간 감옥에서 복역한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주변에서 그를 보는 시각은 매우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필립은 그를 채용하기로 결정한다.
오페라와 현대 미술을 비웃는 드리스, 대중 음악과 연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필립은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종종 충돌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갈등을 겪으면서도 점차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는 모습을, 영화는 주목하고 있다.
드리스는 자신의 방에서 그토록 비웃던 그림을 그리고, 필립은 틀에 박힌 편지 대신 직접 연인과 대면하는 등 서로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필립의 생일에 대중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무도장으로 만드는 장면은 백미다.
너무나도 다른 그들이 서로에게 이끌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허물없이 상대에게 다가가는 진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필립은 드리스를 고용한 이유를 ‘자신을 마치 일반인처럼 대해서’라고 말했다. 전신마비에 걸렸다는 말을 듣자마자 뜨거운 물을 필립의 발에 부어보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을 장애인이 아닌 그냥 사람으로 대하는 진심을 보았던 것이다.
드리스 또한 간호일을 단순히 지원금을 받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사회적 책임을 느끼면서 한층 성장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자연스러움을 꼽고 싶다. 연출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대인관계가 상당히 잘 짜여 있다.
상당한 가족애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드리스는 필립의 식구들을 제2의 가족으로 여기게 된다.
반면 필립은 아내의 죽음과 장애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신을 장애인으로 만들었던 패러글라이딩을 다시 한번 타고,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게 된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생동감이 있었다. 마치 나도 저런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영화는 대개 예술 영화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작품으로, 극단적인 자극을 추구하지 않아도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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