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 20:35ㆍ감상/영화
장르: SF
감독: 리들리 스콧
배우: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다.
나는 에일리언 시리즈를 본 적이 없는데, 본 사람들은 이전 작들과의 연결점을 많이 찾아냈던 것 같다. 일종의 팬서비스인 듯.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1조 달러라는 비용을 투자해가면서, 프로메테우스 호는 외계 행성을 탐사한다.
이윽고 목표 행성에 도착한 일행들은 인공 구조물에 진입한다.
자신들의 창조주로 여겨지는 엔지니어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것의 함선에 가져와 연구한다.
한편, 미처 함선에 도착하지 못한 일행은 검은 액체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다.
그 후로는.. 다들 예상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약 복용 잘못하다 신세 망친 외계인. 약은 약사와 상담합시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했던 것은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였다.
이 영화의 최초 플롯부터가 인간의 근원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맥거핀으로 끝나버렸지만(..) 영화 최초 씬의 내용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인간을 만든 것은 어떠한 계획이 아니라, 사실 우연히 어느 엔지니어가 검은 액체를 과다복용해서 DNA를 유출해서 인간을 만들어버렸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영화 내의 데이빗과 찰리의 대화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데,
'인간은 왜 자신(로봇)을 만들었냐'는 데이빗의 질문에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라고 무의미하게 답한 찰리의 대답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어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쩌다보니 만들게 되었다는 것.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묻고 싶었던 인간들. 하지만 엔지니어는 오히려 그들을 절멸시키려 했었다.
이렇게 조물주와 피조물 간의 단절된 관계는 영화 곳곳에서 보인다.
피조물인 데이빗은 조물주인 인간을 감염시키고, 프로메테우스 호를 위기에 빠뜨릴 뻔한다.
반면 조물주인 인간들은 데이빗을 '영혼이 없다', '감정을 느낄 수 있냐' 등으로 무시한다.
조물주는 피조물을 무시하고, 피조물은 조물주를 살해하려 한다.
엘리자베스 쇼-꼴뚜기 외계인
엔지니어-인간
엔지니어-에일리언
서로가 상대를 죽이려고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된다.
근본적으로 네거티브한 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는 점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영화 제목이자, 탐사선의 함명인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신이다.
말하자면, 신이면서도 인간의 편을 든 것인데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헌신을 상징한다고 하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영화 내에서 프로메테우스적인 행동을 한 인물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조잡하다고 느꼈던 점이 꽤 많았다
가령 외계 행성을 탐험하는 데, 총을 가지고 가지 말자는 엘리자베스(...)
공기의 구성 성분이 비슷하다고, 바로 헬멧을 벗어 던지는 그의 남편 찰리(...)
보라는 상황은 안 보고 상관과 떡이나 치다 일내는 캡틴(...)
지질학자와 생물학자, 중요 인력이 두 명이나 대열에서 이탈했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대원들(...)
딱 봐도 수상해보이는 외계 생명체에 나 잡아먹어달라고 다가가는 생물학자(...)
자기가 통제할 수도 없는 생명체를 생체병기랍시고 만들고 활용하는 엔지니어(..)
궤도 조정만 해서 함선끼리 충돌하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조종실에 끝까지 남아 옥쇄하는 파일럿들(...)
버튼 몇 개만 누르면 그대로 통과되는 형편 없는 첨단 외계 문명의 보안기술(...)
이미 살균처리 된데다가 집게에 잡혀 격리된 주제에 불과 몇 분만에 방 한 칸 크기가 된 꼴뚜기(...)
모두가 '정상적'으로 행동했다면, 이 영화에 일어난 막장 사태는 일어날 가능성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차후 외계 탐사대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총평하자면,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전투나 어떤 호전적인 활동만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나 SF 영화는 그 특유의 매니악한 속성 때문에 억지로 전투 씬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나 인간의 기원을 찾는다는 최초 목표(..)는 자칫 진부한 주제가 될 수 있음에도, 현대적인 감각을 통해 풀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좋다고도 말하기가 애매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병맛 넘치는 행동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조물주와 피조물의 증오의 악순환을 보여준 것은 좋았지만, 이건 좋게 해석해서 철학적인 생각으로 남는거지 그냥 혹성탈출 같은 영화와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
또한 영화 제목이 프로메테우스인 주제에 프로메테우스는 아무도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싶다.
그냥 그랬던 영화. 영화에서 보면 돈 가격을, TV에서 보면 시간 값을 하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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