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9. 10:37ㆍ감상/게임
장르: 4X, 전략
제작사: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권장사양:
- OS: Windows 7 x64 or newer
- Processor: AMD Phenom II X4 850 @ 3.3 Ghz or Intel i3 2100 @ 3.1 Ghz
- Memory: 4 GB RAM
- Graphics: AMD HD 6850 / or Nvidia GTX 560TI, with 1024MB VRAM
- DirectX: Version 9.0c
- Storage: 4 GB available space
- Sound Card: DirectX 9.0c-compatible sound card
스텔라리스는 패러독스 사의 게임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게임이다. 패러독스사는 보통 역사 게임을 주로 발매했다. 유로파 시리즈, 크루세이더 킹즈, 빅토리아, 하트 오브 아이언 시리즈가 그것이다. 물론 시티즈 시리즈도 발매하여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아예 '전략'이라는 주류와는 거리가 있었기에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존재였다.
그러던 패러독스사가 미래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텔라리스를 발매하였다. 발매전 프로젝트명이 아우구스투스라고 해서 로마 시대를 주제로 나올 것이라 모두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깨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온 스텔라리스. 과연 이 게임은 갓겜인가? 아니면 망겜인가?
사실 나는 이 게임을 하기 전에 SF 게임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데드스페이스1이 거의 고작일 정도다. 그러나 SF 장르에 대해서는 꽤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게임으로 즐기지는 않았지만 예전에는 소설로 많이 읽었다.
아마추어 중에서도 아마추어인 내가 SF가 뭐냐고 정의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느낀 SF적인 풍경은 이렇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 현재의 상상을 초월한 이성과 사회 시스템, 미지의 존재와의 조우, 끝없는 세계를 개척해가면서 성장하는 인류, 모든 것이 절멸한 절망적인 결과, 혹은 현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이상적인 결과, 그 두 가지를 넘어선 또 다른 현실의 문제에 마주한 미래, 탐욕에 의해 스스로 불러온 재앙, 인간의 독자성이 완전히 말살된 전체주의 사회 혹은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개인적인 사회
SF는 '기술이 진보한 현재'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하게 하는 장르다. 과연 우리는 객체를 존중해야 하는가, 집단을 존중해야 하는가.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우리는 나아가야 하는가, 고립을 택해야 하는가. 인류가 분열되면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 모두 우리 현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극단적으로 사유화시킨 주제들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SF게임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를 검토해볼까. 먼저 이 게임을 실행하고 새로 게임하기를 누르면, 기존의 종족을 선택하거나 아예 새로 만들 수 있다. 윤리관, 특성, 종족, 외모, 도시 모습, 함선 모습 등 다양하게 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렇게 다양하지도 않다.
외모야 초상화 몇 개 주어져있을 뿐이고, 또 함선이나 도시 모습도 뭐 그렇게 특색이 있는 편이 아니다. 윤리관은 정신주의와 물질주의, 군국주의와 평화주의, 외계인 혐오와 선호가 있는데 솔직히 마음에 안들었다.
진심으로 D&D의 9개 도덕관 분류보다도 못 해보였다. 세상에 윤리관으로 작성할 것이 고작 여섯 개밖에 없는 건가? 이 게임 얼마나 스케일이 작은 거야?
솔직히 이 게임보다 데드스페이스가 더 SF적인 것 같다.
그렇다, 스케일. 내가 이 게임이 마음에 안 드는 가장 큰 이유가 스케일이다. 이 게임은 정말이지 스케일이 작다.
내가 감히 예측하건대 이 게임을 구입하고 룰루랄라하면서 킬 사람들 대부분은 특이하게 생긴 외계인, 광활한 우주 속 팽창하는 자신, 놀라운 발견과 터무니없는 기술의 정수, 개인의 가치가 보잘 것 없어보일 대규모 전투 등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까 대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맵을 넓히면 우주가 광활하기는 하다. 각 필드마다 성계인지 뭔지가 있어서 속에 있는 것까지 합하면 맵 자체는 넓다. 근데, 문제는 그 넓은 맵이 텅 비어있다는 거다. 가끔 과학선이 탐사하다가 이상기후니, 선구자들의 자취를 발견했다니 하면서 이벤트가 뜨기는 한데 어차피 1회차 이상 한 사람들이라면 별로 대단히 여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별로 대단하지 않다.
이벤트 대부분이 텍스트 나열로 진행하고 끝나는데, 문제는 이 텍스트 이벤트가 너무 단편적이고 짧다는 것이다. 옛날에 어느 종족이 있었더라, 그래서 여섯 가지 볼을 모아서 찾아봤는데 얘네들 전쟁하다가 졌다, 뭐 어쨌다. 끝.
아니, 뭐 어쩌라고. 하다못해 이벤트를 깨면 동영상이라도 보여주던가 아니면 뭐 대단한 거라도 주던가. 그냥 포인트 몇 개 던지고 끝? 이벤트가 많으면 모를까 두 세개 딱 던져놓고 보상도 창렬하고 몰입도 안되고 뭐 조조전보다도 못한 구성을 보여주나.
SF라면 미지에 대한 탐사와 발견이 기대되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냥 마우스 클릭이 전부다. 읽을 텍스트도 무슨 1MB도 안 돼보인다. 자동 탐험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그것도 무슨 기술 연구해야 한다. 나참 돌겠네, 요즘 시대에 자동 돌리는 기능이 없는게 말이 되나. 그것도 이렇게 맵이 넓은데?
이 게임은 정말로 SF게임이 맞는 걸까? 솔직히 텍스트와 이미지 몇 개만 바꾸면 바로 SF가 아니라 다른 장르 게임이 될 것만 같다. 이 게임은 태생부터가 SF에 어울리지 않는다.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깊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지에 대한 동경과 공포 그리고 탐험이라는 SF적인 요소는 스텔라리스에서 완벽하게 실패했다.
전략 게임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상황'에 대한 통제력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전략 게임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어떠한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판단으로 형세를 뒤집거나 혹은 어떠한 흐름을 자신의 의도대로 돌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적정한 수준의 도전이 있고,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대한 전투도.
그러나 스텔라리스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처참하다. 이 게임에 정말 전략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솔직히 삼국지 시리즈만도 못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 존나 쎈 전함을 많이 만들고, 따까리들을 많이 받아두거나 혹은 자기가 다 해쳐먹어서 어떻게든 한타를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 게임은 롤 못지 않는 한타 게임이다. 한타 털리면 집도 잃고 X도 잃고 다 잃는다. 어지간히 막장이 아닌 이상 한타가 털리면 다 끝난다. 그러나 더 웃긴 건 그 중요한 한타를 좌우하는 것은 오직 한타에 참여하는 함대의 전투력과 크기뿐이라는 것이다.
적 함대보다 전함 몇 대만 많아도 그 한타는 이긴다. 게임의 전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함대의 전투력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장착 무기간의 상성이 있기는 한데, 그렇게 신경쓸 정도까지는 아니다. 함대 배치고 뭐고 없다. 그냥 함대를 찍어서 한타 때 가능한 많이 투입하면 장땡이다.
이분께서 이 게임을 하셨어야 했는데..
무슨 저글링 블러드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저글링 블러드조차도 못한 전략성을 이 게임이 보여주고 있다. 한타에서는 한 척이라도 쎈 전함이 있는 놈이 무조건 이기는데, 문제는 란체스터 법칙에 따라 이기는 놈의 교전비가 압도적이게 되는 것이다. 한타에서 진 놈은 스노우볼링 당하다가 결국 괴멸당하고 찐따가 되어버린다.
아니 뭐, 그래 백번 양보해서 한타 게임이 되는 것은 좋다. 그런데 더 짜증나는 것은 아무리봐도 함대 전투력이 차이가 나는 녀석끼리 전쟁을 시작하면, 이 게임의 전쟁은 전쟁이 아니라 숨바꼭질 장난질이 되버린다는 것이다. 전투력이 차이나니까 AI의 함대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주 함대를 회피하는데, 이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게릴라전도 하나의 전략이다. 근데 컴퓨터가 구사하는 건 전략이 아니라 그냥 급식충이 게임 마음에 안 든다고 디스내리는 것과 똑같은 꼬장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컴퓨터의 전투회피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가끔 우주항을 부숴서 귀찮게 굴기도 하는데 그게 끝이다. 더 이상 게임에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쓰레기가 자꾸 얼쩡거리는 것 이외의 의미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하다못해 유로파4에서도 전력 차이나는 AI가 마냥 도망만 다니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수도 없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의미도 없이 계속 도망만 다녀서 어떻게든 플레이 타임을 쥐어짜려고 하는게 너무나도 짜증난다. 게다가 이 도망다니는 녀석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또 공격을 제대로 안 한다. FTL인지 XX인지로 탈출해서 그런 거같은데 그럼 수색 및 탐색도 용이하게 하던가. 쉬운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쉬운 게임을 만들어야지 왜 X같은 게임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전투에 돌입하면 마우스 휠 당겨서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 정도?
내정은 대체 왜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문명조차도 능력만 되면 도시를 15개 이상 운영할 수 있는데, 광활한 우주를 콘셉트로 잡은 이 게임은 왜 직할령이 쪼잔하게 10~12가 끝인지 모르겠다. 유저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그러면 X같은 UI부터 개선하는게 먼저 아닐까. 스텔라리스의 UI는 진짜.... 뭔 정신으로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거의 대항해시대 온라인 수준이다.
사실 제갈량은 무한 클릭질 때문에 빡쳐서 게임을 껐다고 하더라....
그리고 왜 POP시스템을 도입했는지 모르겠다. 빅토리아 따라하고 싶어서 그랬나? 그럼 제대로 따라했어야지. 무슨 플레이어가 엄마도 아니고 이 건물 지어줄게~ 업그레이드 시켜줄게~ 아주 하나 하나 다 떠먹여서 키워줘야 한다. 의미가 있는 짓거리도 아니고 그냥 단순 클릭 노가다. 이것도 플레이 타임 늘리기 용인가?
섹터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대체 어후.. 그나저나 지상군, 함선 생산에 왜 생산 숫자 기입을 안 시키는 건지 모르겠다. 일일이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클릭해서 뽑으라는 건가?
이 게임을 요약하면 클릭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뭐든지 다 클릭 클릭 클릭. 그렇게 클릭했는데 막상 남는게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삼국지는 보물 모으는 재미, 장수진 컬렉션 만드는 재미, 소교와 대교랑 결혼하는 재미라도 있는데, 이 게임은 그런 것도 없다. 요컨대 파고들만한 요소가 단 한 가지도 없다.
물론 장점도 많다. 하지만 그 장점들을 머리는 느끼는데 마음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는다. 현재 스텔라리스는 '망겜'은 아니다. 그냥 기대에 못미치는 게임이다. 마치 어크 시리즈의 3과 같은 포지션이랄까. 나름의 방향이 있고 뭘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내가 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패독사 게임이 다 그렇듯이 몇 년지나고 나면 좋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미완성 게임을 내놓은 것부터가 장사 접겠다는 소리 아닐까? 사람들이 왜 이렇게 패러독스에게만 관대한지 모르겠다. 다른 회사에서 이 지랄했으면 몇 번이나 뒤집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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