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온라인에 대한 잡상

2017. 5. 26. 22:48감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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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아득히도 먼 옛날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하다가 최근 다시 복귀했었던 뉴비다.


 여기서 뉴비라는 단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겠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 게임에서 뉴비란 육메를 스스로 퍼갈 수 있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육메란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품 중 하나로, 동남아시아까지 항해해야만 얻을 수 있다. 무역 경험치와 명성을 대량으로 늘려주면서도, 벌이가 괜찮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없다면,  대부분 육메나 남만무역만 한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 게임을 접하면서 크게 세 가지를 느꼈다.




 첫째, 방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은 2005년 나온 게임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12세다. 내가 어린 시절에 이 게임이 게임잡지에 나왔던 것을 똑똑히 봤는데, 클라이언트 시디를 얻으려고 응모까지 한 기억이 생생하다.


 12년이라는 짬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아메리카 대륙, 대학, 남만 무역, 유적 던전, 기상 환경, 해역 조사, 월드 클락, 신생 3국 등 수많은 콘텐츠가 패치되었다.

당장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할 '학교'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출시 후 2~3년이 지나서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게임의 발견물 총 수는 약 3천 개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많다. 또한 각 스킬들은 만렙을 찍고도 '스킬 연성'이라는 것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켜서, 다시 처음부터 올릴 수 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대투자전이나, 전쟁을 해도 된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강점은 방대한 콘텐츠다.


 이렇게 기존 시스템에 머무르지 않고,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는 운영진들의 노력 덕분에 대항해시대를 완전히 즐기려면 시간이 매우 필요하다. 물론 현재 각 서버에 불알이 이미 닳을 대로 닳은 아재들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둘째, 자유롭다.

 이 게임, 처음에는 바사 하나 던져주고 유저를 내팽개쳤다. 군인, 상인, 모험가 중 직업을 하나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신규 유저들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당황했었다. 하지만 일정한 고정 루트가 없었기에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꽤나 자유롭게 플레이했다. 군인을 선택하고 정작 무역에 열중한다던가, 상인을 선택하고 모험에 빠진다던가 하는 것이 흔했다.


 이 게임에서 직업은 추천장과 퀘스트를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예전에는 어느 직업으로든 전직하려면 반드시 추천장이 필요했는데, 요즘은 한번 전직한 직업은 추천장 필요없이 돈을 더 주고 전직할 수 있도록 개편되어 편리해졌다.

 즉, 이 게임에서 직업이란 자신의 스킬을 보다 쉽게 올리거나, 랭크 하나를 올려서 전문화시키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스킬 트리도 있기는 하지만, 직업 선택을 잘만하면 요구 조건을 피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스킬과 직업에 제한이 거의 없는 것이, 마치 마비노기를 연상시켰다. 생각해보면 두 게임 서로 닮은 점이 꽤 있는 듯하다.


 자신의 플레이에 어떤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게 이 게임의 최대 특징 중 하나였다.



셋째, 사람이 없다.

 물론 정말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이 게임의 맵이 워낙 넓어서 미처 못 볼 수도 있다. 도시/육지/해양이라는 삼중 필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을 보기 힘든 구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지 않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일까, 아니면 홍보 부족일까, 쇠퇴하는 온라인 게임 메타 때문일까.

 

 사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이것이다. 왜 이 게임에 사람이 없는 걸까. 따지고 들면 한없이 많지만, 일단 세 가지만 꼽고 싶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게임에 사람이 없는 이유.


 방대하지만 비어있다

 

방대하지만 비어있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자. 이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무슨 생각을 했는가? 16세기 유럽의 항해자가 되어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개척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진귀한 발견과 각 지역의 특산물, 예기치 못한 전투 등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게임 내에서 충족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먼저, 모험. 확실히 이 게임은 발견물이 많다. 하지만 각 발견물의 차이가 너무나도 없다. 예를 들어보자, 


 이 사진을 보고 어딘지 알 수 있겠는가? 절대로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사진은 키프로스, 몰타, 메노르카, 이비사, 산트리니섬의 것이기 때문이다. 지리 발견물에는 사진 돌려막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때문에 어디에서 어디를 발견했는지 알게 뭔가. 당장 그 장소에 다시 간다하더라도, 발견물 명이 뜨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발견물칸에 카드 한 장 얹어지는 것으로 끝이다.


 발견물의 무성의(?)는 지리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교적 다양한 발견물을 구비하고 있는 고고학, 생물학 아니 모험 학문 대부분이 자칫 무성의해보인다. 당장 발견이라는 것도, 지도나 퀘스트를 통해서 해당 지점에 가면 끝인게 대부분이다. 필드에는 어떠한 흔적도 없고(유적지 제외), 유저가 발견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보상 템과 발견카드 뿐이다.

 하다못해 주변에 동물들이 돌아다니거나 해서 잡는 것도 아니고 허허벌판 한가운데에서 생태조사를 누르고 있자면, 현자타임이 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다못해 대항해시대 4는 패자의 증표를 얻으려면, 지도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연구해야 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그러지도 않는다. 퀘스트로 지점가리키면 유저는 그저 따라간다. 요즘은 힌트 항목도 있어서 대화해야할 NPC를 직접 가르쳐준다.


 물론 침몰선 지도라고 해서 위의 사진처럼 비슷하게 직접 찾아가는 것도 있다. 하지만 신규 유저가 하기에는 뭐랄까, 부족한 점이 많다. 어쨌든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모험에 대한 완성도가 부족한 듯하다. 양은 많지만 뭐랄까, 딱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다못해 발견해서 주는 보상템의 이미지라도 다양하게 했으면 하지만, 그러지도 않는다. 뭔가 발견의 특별함이 없다.


 새로 추가된 발견물들은 뭔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고레벨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막 진입한 유저들이 그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런 무성의함이 보이는 것이 NPC의 모습인데, 초창기 지역의 명사들은 거의 하나 같이 기본 캐릭터 생성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령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일컬어지는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얘다... 어딜봐도 일반인A처럼 생겼다.


국가 이벤트와 관련되지 않는 유럽 NPC 거의 대부분이 이런 상황이다. 초창기 05년에는 이 게임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으니까, 이렇게 디자인했겠지만 이제 좀 바꿀 때 되지 않았는가? 유럽은 유저들이 처음 시작하는 지역이자 무역품을 매각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들리는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홀대해서야 신규 유저들이 이 게임 재밌겠다하고 달려들겠냐는 것이다.



이 정도 캐릭터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 이 비판은 굉장히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데, 나는 이 게임을 하면서 뭔가 근본적으로 만족해본 적이 없다. 대항해시대 3을 할 때의 그 모험감, 대항해시대 4를 할 때의 느낌이 전혀 들지가 않는다. 게임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은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스킬 창의 각 스킬들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다.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보인다. 중요하니까 강조한다)


어렵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성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미 이 게임은 동아시아 패치에서 보여주었다.

고유 모델과 이벤트까지 있다니, 너무한거 아니요?


 

 유럽의 명사NPC들은 보고와 타로 카드나 주는 일반 쩌리로 전락한다. 유럽은 이 게임의 '간판'이다. 실컷 기대하고 들어오는 유저들이 

이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이 게임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시대를 여행하고, 탐험할 수 있는 게임은 결코 흔하지 않다. 특히나 대항해시대는 더더욱.

월드 클락, 동아시아, 산업혁명 다 좋다. 근데 기본부터 고치면 안될까. 당장 각 국가 본거지의 이름있는 NPC만 뜯어고쳐도 지금보다 모양새가 훨씬 더 나을 텐데.


이런 모습 때문에 게임을 접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은근히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게임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대항해시대 온라인 특유의 무미건조한 리얼리즘(?)은 사람에 따라서는 약이 될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비슷하게 생긴 놈들, 비슷하게 생긴 발견물, 이름만 다른 무역품이라면 빠져들기가 쉽지 않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필자도 어렸을 적에는 이런 거 신경쓰지 않고 했었다. 어쩌면 정 떨어진 핑계로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초보'의 시각에서 이 게임을 바라보고 싶었다.

 허구한 날 아재들이 자본 지원해줬더니 뉴비들이 접었다, 도와줘야 한다, 말아야 한다 등의 되도 안 되는 소리를 자꾸 해대는 것도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이 글이 코에이에 전해질 일도 없고, 전해진다 한들 바뀔 것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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