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7. 14:53ㆍ감상/책
야망의 시대 - 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열린책들 |
저자는 중화 인민 공화국으로 망명한 린정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중국 내부의 ‘야망’을 조명한다.
개혁개방 이전의 중화 인민 공화국은 극도로 정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마오쩌둥 이래 경제는 항상 통제되었고, 모든 인민은 일체의 자유를 박탈당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고, 문화 대혁명이라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가 탄생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G2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며, 지난 10년 동안 평균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이기도 하다.(이 통계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긴 하지만)
중국의 세계에 대한 영향력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싸구려라고 얕봤던 중국 제품이 서서히 국내 가전 제품 시장에도 들어오고 있다. 아프리카에 막대한 원조를 퍼부어서 국제 무대에서 협조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지난 THAAD 문제 때, 한한령을 내려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야망을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대국굴기, 중국몽, 일대일로. 뉴스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들과는 관계가 없다. 공산당이 일방적으로 정의하는 비전이 아닌 중국에 실제로 거주하는 인민들의 야망을 조망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야망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들은 권위주의적인 체제 속에서 ‘운명’에 따르는 풍조를 가지고 있었다. 역대 모든 중국 왕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산당국은 고도로 발달된 관료제를 통해 인민을 지배할 뿐이다. 모든 권력은 중앙 당국으로 향해 있기에 중국인들에게 가해지는 힘은 사실상 운명과도 다름없는 크기를 가진다.
그런 중국인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 가속화되는 경제성장으로 기회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집단주의에 종속되어 항상 개인이 말살되었던 그들이 중국사상 처음으로 자아를 가지고 있다.
공산당은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대신, 경제적 자유를 인민들에게 양도하였다. 그리고 거듭되는 경제 성장에 중국인들은 그 반쪽짜리 자유를 누리며 ‘야망’(자아)을 키우고 있다.
영어를 배우면서 세계로 나아겠다는 야망. 서구 언론으로부터 중국을 보호하겠다는 야망. 민주주의를 불러오겠다는 야망. 검열의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면서 진실을 보도하겠다는 야망.
중국인들의 야망은 점차 중앙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적이든 국가주의적이든 관료들의 예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책에서 조어도 분쟁 당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야망을 언급할 때, 나는 기존의 중국에 대한 관점을 수정해야 했다.
당시 중국인들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에서 거세게 반발하며 불매운동과 대사관 공격 등을 자행했다. 공안 당국은 국제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했는데 이 때 하는 말이 참으로 걸작이었다.
“여러분과 똑같은 심정입니다. 정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부를 지지해야 하고 우리의 애국심을 합법적이고 질서 정연하며 이성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며,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거나 사회 질서를 교란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 움직이면서 경찰의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합법적이고, 질서 정연하며, 이성적인 방법이란 중앙 당국이 원하는 ‘애국심의 표현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민족주의라는 종교에 빠져 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것이다.
그들의 분노는 분명 공산당과 국영 언론의 선동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의 불길은 결코 관료들이 조절할 수 없었다. 민족주의 덕분에 분노는 일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것이다.
중국인은 굴레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극심화된 양극화, 새로운 애국주의, 실종된 법치주의 속에서 점차 자신의 야망을 키우고 있다. 농촌에서는 수많은 발명가들이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도시에서는 수많은 특허와 논문들이 작성되고 있다. 물론 학술적인 가치를 지닌 것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말이다.
노력과 도전을 통해서 그들은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일부는 그렇게 해서 성공하였다. 하지만 중화 인민 공화국은 여전히 소수가 초법적인 특권을 가지고 있으며, 부패로 인한 국부 유출이 다른 국가들보다 상당히 심각한 나라이다.
인민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경제적 자유조차도 ‘천장’이 있음을 자각할 때, 그들은 그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야망을 놓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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