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7. 13:57ㆍ감상/책
조선, 철학의 왕국 - 이경구 지음/푸른역사 |
조선시대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호락논쟁이다. 호론이니 낙론이니 한국사를 배울 때마다 외우지만 정작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인人과 물物의 성질이 다르다는 인물성이론을 주장하는 학파가 호론. 이 둘의 성질이 같다는 인물성동론을 주장하는 학파가 낙론.
이들의 논쟁은 성선과 자연관, 유교적 성인과 일반인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조선과 오랑케(청을 비롯한 대외)에 대한 세계관과도 관련되어 있었다.
호론은 자연(오랑케)에 대한 인간(조선)의 우위를 주장하면서 북벌과 신분제에 대한 옹호적인 시선을 가졌고, 탕평을 반대하기도 했다. 역사를 선과 악으로 보면 '수구' 세력으로 정의될 수도 있겠다.
반면 낙론은 자연(오랑케)과 인간(조선)은 동등하며, 신분제와 탕평책에 대하여 유화적이었으며 청과의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그렇다면 낙론은 '선'일까.
결국 낙론이 우세했던 영조 시기에도 신분제는 완화되지 않았으며, 이후 일부가 시파가 되어 권력과 가까워졌음에도 현실 개혁과는 그다지 가깝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낙론계의 안동 김씨가 세도정치를 하며 나라를 후루룩 잡숴드신다.
철학적 논쟁이 현실과 괴리되었다는 거다.
호락논쟁은 논쟁 초기에는 조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고 싸운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권을 거듭하면서 권력 탈취의 수단이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것이 상공업의 발전이 지체된 조선에서 '성공'은 높은 관직을 얻는 것밖에 없으며, 관직은 제한되어 있으니 말이다.
호론=보수, 낙론=개혁으로 정의하기도 뭐한게 학파적으로는 홍대용, 박지원 등의 개혁론자가 낙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반면, 정약용은 호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책은 300페이지 정도 되는데, 의외로 쉽게 읽혔다. 물론 내용은 쉽지 않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역사 이야기와 논쟁의 주요 사항들을 번갈아서 언급하는 것도 좋았다. 전후맥락과 배경을 한꺼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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