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처 - 게롤트 신화의 시작

2016. 8. 29. 14:21감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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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RPG

제작사: CD 프로젝트 RED


 더 위처는 기억을 잃어버린 위처, 리비아의 게롤트가 자신의 위쳐 교단을 습격한 '살라만드라'의 간부들을 뒤쫓아, 그 배후를 추적한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게롤트는 괴물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위처의 역할에 대한 갈등을 겪는다. 플레이 도중에서 플레이어들은 인간들의 왕국에서 차별받고 있던 '비인간', 즉 드워프와 엘프의 편을 들어 해방군, 스코이아 텔의 앞에 설 것인지, 아니면 '인간을 보호한다'는 위처의 기본 이념에 따라 플레이밍 로즈 기사단에 가입하여, 비인간과 괴물들에게서 인간을 보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그냥 중립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 나는 꽤 실망했다. 일단 오프닝 동영상에서 게롤트가 늑대 인간을 상대하는데, 죽이지는 않고 계속 주먹만 휘두르다 어렵게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물론 플레이 도중 게롤트가 왜 안 죽였는지 나온다.) 게다가 이어지는 프롤로그에서는 캐릭터가 칼을 이상한 자세로 치켜들고, 그냥 때리기만 할 수 있을 뿐 아무 기술도 없었다. 더군다나 상황 전개도 왠지 모르게 어딘가 어설펐다.


 이러한 까닭에 나는 이 게임이 무슨 쌈마이 게임인 줄 알았다. 챕터 1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러나 챕터 1에 들어가면서 그러한 편견이 사라졌다. 은검과 철검을 교체해 가며, 다양한 검법으로 적과 대적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게롤트의 선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중요한 선택을 하거나, 챕터가 넘어갈 때 이처럼 컷 씬이 나온다.


 물론 플레이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앞서 말한 세 개로 제한된다. 또한 진영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게임 진행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상대가 비인간이냐, 인간이냐일 뿐이다. 그 외의 선택은 꽤 사소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더 위처에서 '선택'이 가지는 의미는 에필로그, 마지막 전투에서 드러난다.

 마지막 전투를 치르러 가는 와중에 지금까지 해온 모든 선택이 환상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이전의 선택에 따라서 그 환상은 적대적일 수도 있고, 호의적일 수도 있는 것. 즉, 과거에 대한 심판이다. 또한 환상으로 게롤트의 선택을 돌리려던 최종 보스, 알데스버그의 대화와 정체는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이 게임에도 단점이 많다. 우선, 프롤로그의 연출력이 상당히 안 좋고, 챕터 2의 퀘스트 동선은 너무 복잡한데다가 종잡을 수가 없어서 짜증났다.  특히 전반적으로 지루할 뿐만 아니라 유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시키는 일만 반복하다가 어느새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있다.

 또한 명색이 위처인데 맵에서 맵 끝까지 두 다리로 계속 걸어가야 하는 맵 이동 방식도 긴 퀘스트 동선과 맞물려 불쾌했다. 또한 다른 게임의 마법 역할을 하는 다섯 개의 '룬'도 넉백 효과를 주는 바람과 직접 데미지를 주는 불만 쓰게 되는 밸런스 문제도 아쉬웠다.

 또한 이 게임은 상당히 많이 팅긴다. 세이브 할때도 팅기고, 어디 갈 때도 팅긴다. 물론 사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팅김현상을 겪고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게임 사양을 낮추거나 세이브를 습관화하는 것밖에 없다.

 

 그럼에도 더 위처는 '게임에서 이러한 것이 가능하구나'라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낮과 밤에 따라 변화되는 NPC의 행동 패턴,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배경은 이게 9년전 게임인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였다.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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