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8. 00:03ㆍ감상/게임
4LEAP은 소프트맥스가 계획한 야심작으로 플레이어는 14명의 아바타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고, 당시에는 채팅 기능만 수행할 수 있었지만 소설가 전민희에게 의뢰해서 얻은 독자적인 세계관(통칭 룬의 아이들)에 기초한 각종 온라인 게임을 연동할 예정이었다. 주사위의 잔영은 그 게임들 중 하나였고, 지금은 넥슨에게 팔린 테일즈위버 또한 그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어찌 되었건 당시 소프트맥스는 지금의 넥슨을 제외한 다른 뭐시기 회사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지도와 충성도가 상당히 높았고, 그 회사가 만들어 낸 게임이 이것이다. 이 게임이 소프트맥스 게임으로서 왜 그렇게 대단하냐면, 게임의 말이 '창세기전' 시리즈의 캐릭터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 단지 그 이유 뿐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창세기전 시리즈가 아니라 '창세기전3 시리즈'였기는 한데, 뭐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창세기전 캐릭터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중요했다.
어빌리티는 각 캐릭터들마다 존재하는 일종의 필살기 개념인데, 그냥 닥치고 이동 주사위 늘려주는 것과 '순간 이동'이 제일 좋았다. 나머지는 아이템 카드로 땜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 두 개가 '승리'하는 데에 거의 만능 열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은 간단했다. 그냥 자신의 캐릭터를 GOAL이라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놓으면 승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철저하게 운이었다. 1000GP짜리 솔져가 30000GP짜리 철가면을 이길 수 있었다. 물론 확률은 적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러한 판도는 놀랍게도 자주 나왔다.
당시 플레이어들은 그러한 게임 분위기를 좋아했다. 강한 캐릭터는 강하지만, 절대적으로 강하지 않은 것. 언제든지 역전의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공정함이었고, 아무도 그러한 공정함 때문에 비싼 카드를 더 강하게 해달라고 징징거리지 않았다. 카드끼리의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는 그러한 종류의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약캐가 강캐를 이길 수 있다는 게임의 룰 자체에는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당연했다. 강캐가 강한 것은 당연하지만, 질 수도 있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것은 단순한 진리였다. 직장인에게도, 대학생에게도 초등학교 4학년 짜리에게도.
나는 주사위의 잔영 이후, 이토록 공정했던 게임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온라인, 오프라인, 국산, 해외.. 뭐 온갖 종류를 다 포함해서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다 사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유저를 엿먹일까. 그것만 생각하는 자들이다.
당장 동시대에 있던, 미르의 전설이나 라그하임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유저 질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온라인 게임들의 유저는 선임의 유지를 이어 더욱 개판을 치고 있다. 양친 유무를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면 정신병 걸린 것처럼 발악한다. 무가치하다. 사람을 의도적으로 편집증에 걸리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유저를 엿먹이고,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유저들과 싸움박질이나 하게 할까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 테마는 이미 수익성이라는 미명 아래에 휴지통에 갖다버렸고, 유저들은 광견병 걸린 개다.
또한 상점 시스템도 매우 안 좋았다. 각 카드에는 구매 수량을 달아놓아서, 그 수량이 동나면 해당 카드를 구입하지 못했다. 새로운 가격과 수량이 할당되기 이전까지. 카드가 인기가 좋을 수록, 점차 가격이 올라가서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게임은 게임 머니를 굉장히 짜게 줬기에 그 문제는 꽤 심각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웹 4LEAP을 할 이유가 없었다. 주사위의 잔영은 웹으로 이전되지 않고 그냥 '사라졌다'. 역시 왜 인지 모른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임임은 알고 있으나, 그래도 당시에는 그럭저럭 인기 있던 게임이었다. 그것이 없으면, 더 이상 '웹'을 방문할 유인이 없었던 것이다.
소프트맥스는 뒤늦게 방문자를 모으기 위해 플래쉬 게임을 여러개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는 카트라이더를 비롯한 넥슨 온라인 게임이 판치던 시대였다. 왜 굳이 조잡한 플래쉬 게임을 하겠는가? 이후, 소프트맥스는 카트라이더를 모방한 드림 체이서와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모방한 젤리삐 워즈 같은 쿠소게를 내놓았지만, 결국 아무도 안했다.
이 게임은 본질적으로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더구다나 4LEAP 브라우저가 관짝으로 들어간 지금에는 아바타 의상을 중심으로 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다. 그렇다는 것은, 광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캐쉬템으로 도배를 하겠다는 건데. 솔직히 후자일 것 같고 지금까지 해온 꼬라지를 보건대 별로 기대도 되지 않는다.
창세기전 4가 주사위의 잔영을 부활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때 있었다. 하지만 창세기전4는 망했다. 확실히. 능력이 안되면 모바일 게임으로 선회했어야 했는데, 기술도 자본도 없는 주제에 무리하게 PC 온라인 시장으로 진입한 것이 원인이었다. 차라리 좀 더 일찍 만들었다면, 당시에 생존한 창세기전 팬들이 어떻게든 연명시켜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창세기전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팬들은 아저씨가 되었고, 당시에 가장 어린 팬들이었던 존재들조차 이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소프트맥스는 언제나 유저를 배려하지 않았다. 그 SD캡슐파이터에서도 밸런스, 콘텐츠, 운영 등 유저들이 여러 의견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거의 없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밸런스 덕분에 유저들은 오픈베타 이후, 급격하게 이탈하였고 남아 있는 것은 소수의 건담 오덕들뿐이었다.
그러다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4로 역전하겠다는 오판을 하지만, 항상 남의 말 안듣고 자기 멋대로 하다가 결국 일이 터졌으니 자업자득이다. 이제 아무도 소프트맥스를 기억할 일이 없을 것이다. 창세기전4 ip도 팔아먹고, 20년간 이어져오던 이름도 팔아먹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회사다. 혹시 경영에 관심이 있다면, 이 회사의 역사를 주목하여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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