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육화의 용사(2015)-모처럼 재밌었던 애니

2017. 3. 29. 00:26감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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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화의 용사는 꽃의 성자에게서 힘을 받은 여섯 명의 용사가 200년만에 다시 깨어난 마신을 퇴치하러 가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꽃의 성자에게서 선택된 용사는 신체 어딘가에 그 증표가 새겨지는데, 

 여섯 겹의 꽃잎을 하고 있어 용사 중 한 명이 사망할 때마다 잎 하나가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용사들은 자신들의 동료를 이 표식으로 확인하며, 마신은 여섯 명의 용사 외에는 그 어떤 인간에게 피해를 입지 않는다.

 오히려 마신이 주둔하고 있는 마곡령에는 용사가 아닌 인간은 독에 중독되기 때문에 섣불리 다가가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때문에 여섯 명, 반드시 여섯 명으로 구성되는 소수 정예의 용사들이 마곡령으로 진격하여 마신을 죽이러 가는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애니메이션 첫 화를 보았을 때, 딱 두 가지 느낌을 받았다.

 첫째, 주인공이 트릭키하다.

 둘째, 이거 뽕빨물 되는 거 아냐?


 너무나도 평범해보이는 설정과 플롯, 그에 비해서 미형 청소년들(10대 초반부터 시작, 가장 연장자가 20대였나)이 세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게 일반적인 판타지 애니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둘째 느낌은 틀렸다. 비록 등장인물들의 외모나 성격이 아무래도 일반 오덕물의 그것과 흡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결코 주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이 애니에서 좋게 본 것은 세가지였다.

 1. 주인공

 주인공 아들렛 마이어는 내가 근래에 본 판타지 주인공 중 가장 재미있는 인물이었다. 

 비록 18세이기는 하지만 스승에게서 수련을 받아(비록 5년밖에 안되지만, 뭐 이런 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자칭 및 타칭 지상최강의 남자가 되었다.

 그의 전투 스타일은 각 상황에 어울리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여, 상대의 약점이나 빈틈을 노리는 트릭키한 스타일이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판타지의 주인공들은 그냥 힘만 무식하게 세거나, 머리만 더럽게 좋거나(사실 이런 류의 인물은 작가의 역량이 딸려서 실제로는 그렇게 좋지도 않다), 먼치킨 혹은 아예 무능력(...)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그놈이 그놈 같고 감정이 도통 이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렛은 시중에 널린 판타지 주인공과는 조금 다르다. 그는 강하다. 하지만 태양에 비견될 엄청난 고열을 뿜어낼 수 없으며,

수 십개의 칼날을 조종할 수도 없으며, 무한 재생되는 마물을 소환하지도, 대단한 치유 능력도 없다.

그가 강한 것은 스승에게서 수련받은 검술(이마저도 천재에게 발린다)과 다양한 도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황에 굴하지 않는 의지 때문이다.


자기보다 전투 능력이 우월한 상대에게 연막탄을 뿌려서 기습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마비침과 폭탄 그 밖의 자질구레한 도구들을 사용하여 싸우는 것이

내 마음에 들었다. 무슨 거창한 기술 이름 외치는 놈들보다 100배는 더 멋있었다.


절망에 굴하지 않는 그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주인공이니까 당연히 역경에 굴하지 않겠지만,

작중 내의 상황은 누구라도 멘붕이 올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

그것도 행복회로 가동하면서 짓는 거짓 웃음이 아니라 절망을 비웃는 적극적이며 전투적인 웃음이라는 것이 

매력 포인트였다.


단언컨대, 주인공의 존재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추리물 전개

1화부터 마신과의 싸움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더니, 4화부터 갑자기 추리물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사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 '전환'이 엄청나게 좋았다.

일단, 이야기가 너무나도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마곡령으로 가는 길에서 행해져야 하는 모종의 의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하나의 진실로 맺어지는 복선이었다.


육화의 용사에서 '육화'를 강조한 작가의 생각이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주인공이 겪는 부당한 폭력과 그것을 이겨나가는 플롯. 더 나아가 그것을 원래의 테마로 다시 엮는 구성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3.연출

애니메이션의 연출은 놀라웠다.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 장면에서 무게가 실려야 할 부분에 합당히 무게를 주었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보통 판타지라하면 서양 중세를 생각하기 쉬운데, 중남미풍으로 배경을 그린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쓸데없는 분량이 적었다. 과거는 정말 필요한 자에게만 서술하도록 하였다.

또한 각 등장인물들이 가진 성격과 능력이 뭐랄까, 나에게는 그렇게 작위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작붕이 있었던 것도 한데 그런 건 별로 신경을 잘 안 써서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었다. 블루레이가 잘 안 팔려서, 2기가 안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라노벨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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