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쇼크 인피니트 -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게임

2016. 8. 1. 22:50감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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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FPS

제작사:이래셔널 게임즈

 이 게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awesome 그 자체다. 전작과는 달리 넘버링을 붙이지 않은 것만 봐도 이 게임은 전작과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저도시 랩처의 몰락을 두 차례나 전제하면서, 꽤나 칙칙한 분위기였던 전작과는 달리, 인피니트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부커는 개조인간도, 빅 대디도 아닌 일개 탐정으로서 공중도시 콜럼비아를 방문한다.

 


 one, two, three. Hallelujah.


 본작의 콜럼비아는 전작의 랩처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설립 당시의 자유지상주의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난 극단 사회주의의 안 좋은 점만 골라 폭발하면서, 이미 시작부터 인외마경이 되어 있는 랩처와는 달리 매우 밝다. 환한 태양과 푸른 하늘 속에서 고전적이지만 아름다운 건물들이 세워져있고, 주민들에겐 살아 있는 인간성과 여유있는 생활 그리고 운치 있는 음악이 있다.

 

 

콜럼비아의 풍경은 전반적으로 밝은 편이다.


 그러나 의뢰를 수행하러 온 주인공 부커에 의해 콜럼비아는 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그의 손에 그려진 문신은 일찍이 콜럼비아의 파멸을 야기하는 '거짓 양치기'를 상징하는 문자였기에, 부커는 콜럼비아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잡히지 않고 자신의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기념탑에서 엘리자베스를 구출하고 '민중의 목소리'와 협력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콜럼비아는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낸다.

 전작의 랩처가 '자유'와 '평등'의 극단적인 형태를 상징했다면, 콜럼비아는 '인종주의'와 '국수주의' 즉, 사회 구성원들 간의 증오를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시스템을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 플레이 초반의 '야구공 던지기'다. 행사 상품으로 아일랜드계 백인과 흑인에게 야구공을 던질 기회를 주는 것이다. 타인에게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적의를 가지는 콜럼비아는 그 태생부터 몰락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엘리자베스와 부커의 활약으로 유색인종으로 이루어진 피차별 집단 '민중의 목소리'는 반란에 성공하여, 콜럼비아 측과 대립하나, 그들의 지도자인 데이지 핏즈로이가 죽자마자 일개 폭도가 되어 버린다. 컬럼비아의 기득권인 '건국자들'이나 '민중의 목소리'나 결국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동일했던 것이다.


 

 내가 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배경이다. 콜럼비아는 진행하면서 고전적 이상향이 되기도 하고, 혁명의 전장터가 되기도 하며 폭도들의 살육장이 되기도 한다. 같은 자리도 사건 경과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19세기의 투박하면서도 진취적이었던 분위기와 공중도시라는 설정을 잘 살린 시대상은 플레이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두 번째는 스토리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쓸데없이 꽈배기처럼 배배 꽈버린 이야기는 딱 질색이다. 이것은 내가 일본 서브컬쳐를 혐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쓸데없이' 복잡한 이야기는 그저 허세일 뿐이다. 설정 복잡하게 짰으니, 자기 좀 후빨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21세기부터 만들어진 대부분의 복잡한 이야기는 별 가치가 없다.

 좋은 스토리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것과는 다르다. 직관적인 스토리는 올곧다. 하나의 메인스트림을 그대로 이어가며, 모든 '변수'는 그 안에 녹아들어 간다. 때문에 '변수'로서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독립되는 것이 아니라, 진행되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지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변수'로서의 이야기는 전혀 쌩뚱맞지 않은 것이며, 그것이 전혀 다른 분위기와 인물 그리고 장소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반면 내가 가장 증오하는 스토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식 스토리다. 단순히 회차 늘릴려고 TV판에서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넣거나 일명 '쉬는 타임'이라 해서, 캐릭터들이 여가나 일상 생활을 즐긴다는 식의 별 거지 같은 스토리. 그리고 무슨 RPG라도 하는 건지 메인 스토리가 계속 보스->더 강한 보스->최종 보스->인 줄 알았지? 진짜 최종 보스 같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계단형 스토리는 보기만 해도 암 걸릴 것 같다.

 뭐, 중간에 새기는 했지만 어쨋든 '직관적'인 스토리는 결코 작위적이지 않다. 물론 모든 직관형 스토리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까지 겪은 스토리들 중 '좋았던 것들'은 모두 직관적이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생각하면 할 수록' 더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진정성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면 극상의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메세지다. 솔직히 말하면, 난 바이오쇼크 시리즈 중에서 인피니트가 가장 최고라고 생각한다. 많은 게이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렇다. 자기 자신조차 파멸시키는 자유, 모든 것을 동일화시키는 평등. 전작들의 메세지 또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떤 하나의 이념의 문제점들을 상기하고 있지만, 인피니트는 인간의 삶 그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증오의 연쇄는 어떻게 끊을 것인가? 강력한 힘으로 증오를 이용하는 컴스탁, 균열을 통해 다른 역사로 도피하려는 엘리자베스, 모든 인위적 개입을 부정하는 부커. 이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던지는 메세지는 그야말로 해석의 여지를 엄청나게 던져주고 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글자 그대로 내가 몇 년만에 진심으로 만족했던 게임이었다. 향후 몇 년간은 어떤 작품에서든지 이러한 만족감을 얻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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