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6. 21:26ㆍ감상/책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해냄 |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일찍이 영화로 본 바 있었다. 그렇기에 원작의 내용을 어느정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주의깊게 본 것은 '실명'이라는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존재하는 여러가지 군상과 그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인간에 대한 헌신과 신뢰가 아니었다. 그러한 주제를 다룬 매체는 이미 많았고, 솔직히 명성과는 달리 그러한 상황 속에서 충격적이거나 괄목할 만한 통찰은 없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3인칭 작가 시점으로 작가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물의 개성과 세계관을 존중하는 현대 문학의 특성상 작가가 이야기에 개입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자칫하면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야기를 독자 '대신' 관찰하고, 직접 서술 및 평가를 함으로서 개입한다.
그럼에도 그의 개입은 작위적이라기 보다는 서사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마치 구전 문학과도 비슷한 그의 논평은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에 호소하지 않고 오히려 냉철한 시각으로 작품을 관찰한다. 마치 주인공의 일행인 것처럼 위장해, 그들을 읽어내고 해체한다. 작가는 무엇 때문에 그들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의 개입이 읽는 내내 부담되었다. 마치 독자들이 다른 길로 새지 못하도록 가이드를 잡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을 직접 훈계하려는 태도는 글 쓰는 입장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칼럼이나 신문 기사를 기고하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소설에 약간 실망감이 없잖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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