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정말 천년의 금서였다

2016. 11. 18. 02:30감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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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 2점
김진명 지음/새움

 

 

 얄팍하다. 정말 천년의 금서였다. 이 책은 내 서재에서 금서로 지정될 만큼 정말 형편없다. 플롯, 주제, 캐릭터, 자신의 주장을 개진할 근거까지 모두 다 얄팍하고 허접하다.

 무슨 RPG 게임마냥 가는 곳 마다 '적절하게' 조력자 NPC가 나와서 다 해결해주며, 주인공은 그걸 받아먹기만 한다. 현실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경찰은 사람이 뒤졌는데 그 사람에 관련된 것들은 조사하지도 않고, 핵융합 연구원이 NASA가 뭔 짓거리를 하는지 훤히 알고 있으며 나중에는 무슨 특수 요원들이 X-COM이라도 되는지 단체로 중국 시내 한복판으로 날아오기도 한다.

 

 한(韓)의 기원을 찾아라 라는 주제는 논리적 타당성도 없이 일방통행으로 전개되며, 자기에 찬성하는 애들은 양심적 지식인, 반대하는 애들은 식민사관ww에 동북공정ww 이 짓거리나 하고 있다.

 애초에 주제라는 것도 우습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사실상 김진명)이 말하는 우리의 한(韓)에 대한 논리는 이렇다.

 

 1. 우리나라는 국명을 지을 때 화려한 과거를 계승한다.

 2.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도 그럴 것이다.

 3. 우리 역사의 한은 삼한으로 작은 나라다.

 4. 고작 작은 나라를 잇고자 그런 국명을 썼을까?

 5. 아니, 절대로 그럴리 없다.

 6. 그러므로 존나 짱센 한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7. 아니, 절대로 그럴 것이다.

 

  처음부터 정답을 정해놓고 글을 쓰니 초등학생도 안 쓸법한 이 따위 저급한 논리나 전개한다. 머릿말에서 언급했던 대로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기 위해서 말이다. 아는 것이 없으니 지식은 언급하지 못하겠고, 민족을 위한 성전은 계속되어야 하니 헛소리만 늘어놓는 것이다.

 캐릭터는 어떤가? 하나 같이 밋밋하고 생동감이 없다. 초반에 나오는 목뭐시기 형사는 아무리봐도 극 중 전개를 위해 땜빵해놓은 느낌이 강하며, 주인공은 좀비처럼 뭐든지 '절대로 ~할 것이다'라고만 사고한다.

 조력자들은 두 종류로 처음부터 '한국 짱짱맨'거리는 빠돌이와 딱봐도 배신 때릴 거 같은 한국 짱짱맨 빠돌이 이 놈들 밖에 없다. 후자는 그나마도 '우리들을 위해 고서를 주다니! 감동 먹어쯤! 흐러헝헐' 하면서 소위 양심 선언하며 주인공에게 돌아온다. 어느 쪽이든 작가가 만들어낸 소모품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적이라고 해봤자 공안이 전부인데, 하는게 없어 존재감도 없고 긴장감도 없다. 그냥 잉여.

 

 

 소위 한(韓)의 기원에 대한 김진명의 주장은 어떤가? 작가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지명원류고, 유한집, 씨성본결이라는 세 개의 책을 근거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정작 이 세 책들은 모두 작가가 지어낸 것들이다. 즉, 애초에 작 중내에서 이 책들을 기반으로 한 모든 추리와 논거들은 다 쓰레기인 것이다. 작중 후반에 시경의 한후(韓侯)를 근거로 한-조선 라인을 구축하나, 정작 양자 간의 관계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백보 양보해서, 한후가 한민족의 조상이라면, 고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후는 어디까지나 후(侯)다. 별개의 국왕이 아니라, 주 왕실로부터 임명된 중화의 제후라는 뜻이다. 이미 고대로부터 중국이 고조선 이래의 지배자들을 '왕王'이라 불러줬음에도, 스스로 제후(侯)로 격하시킨 것이다. 실로 아름다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저서에도 보이다시피, 김진명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마치 거대한 음모와 싸우는 '투사'로 포장하며, 그것을 실제로 믿고있다는 것이다. 나는 옳은 말을 하는데,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 -> 다 한패들이야! 식의 전개를 계속 우려먹는 것은 실제로 그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해당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진실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역사에 직접 만든 가상의 요소를 등장시키고, 그것이 마치 진실인양 포장한다. 실로 대단한 멘탈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댄 브라운. 김진명은 그를 존경하고 따라가려는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 모두가 타락하고 무지한 세상에서 홀로 진리의 빛을 비추려는 선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그럴 능력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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