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 사이비 종교 입문서

시크릿 -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살림Biz

 재밌다. 첫 장을 펼쳐드는 순간 엄청난 흡인력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을만한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불행하게도 소설이 아닌 자기 계발서로 분류되는 실수를 겪엇다. 그 결과 이 책의 저자는 물론이고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진실' 혹은 '현실'로 오해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그 사람들은 마치 '비밀'이 우리의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라도 되는 것 마냥 맹신한다. 혹은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풀 수 있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심히 나사 빠진 소리다. 우리 삶을 이루고 있는 셀 수도 없이 복잡한 요소들은 전부 외면하는 이 소설이 사실은 우리 현실의 이야기라고?

 

  이 책은 소설로서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을 다루는 기능서(자기 계발서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심히 회의적이지만)로서는 전혀 가치가 없다. 왜냐고? 애초에 이 책에는 우리가 사는 현실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밀'이 고대로부터 알려져왔고, 지금까지 잘난 놈들은 죄다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책은 단 한 번도 논리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 한다.. 바빌로니아인들이 '비밀'을 알아서 부유했다고? 셰익스피어가 '비밀'을 알아 시를 썼다고? 어떻게? 이렇게 물으면 이 책은 결코 답하지 못한다. 애초에 비밀은 없기에.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을 왜곡하여 자기 멋대로 주무른다는 점이다. 바라기만 하면(이 책의 용어대로 끌어당긴다면) 우주가 이루어 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기아, 전쟁, 폭력, 살인, 가난, 질병, 비리 등은 순전히 '생각'을 안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이란 실체가 있어서, 좋은 것만 생각해야 잘 산다는 것이다. 신사상 운동이라는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는 노동 환경, 산업 경쟁력, 법치 수준, 의료 및 복지 환경, 정치적 관계 등 우리의 삶에 긴밀하게 연결된 모든 중요한 것들을 싸그리 무시하는 만행을 저지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모순된다.

 

 생각해보자. 전쟁으로 고통받는 난민들보다 그 누가 더 평화를 간절히 원하겠는가? 내일 당장 죽을지 모르는 중환자보다 그 어느 누가 건강을 원하겠는가? 평생 가난에 찌든 빈민보다 그 누가 풍요를 원하겠는가?

 

 게다가 이 책은 '비밀'이 무조건적인 긍정을 좋아하며 어떤 종류인 부정어를 수반할 경우 그 부정의 긍정으로 실현된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비밀이 생각까지 가리다니, 아예 지능까지 가지고 있나보다. '비밀'이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제쳐두고서라도, 모든 '부정'을 부정(웃기지 않는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는 이미 우리 주위에서 그 사례가 넘치도록 많다. 책은 권력을 얻고 싶은 나머지 도그마까지 만들고 하고 있다.

 

 책은 가면 갈 수록 가관이다. 긍정적 삶에 대해 역설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모든 것에 감사하란다. 좀 전 까지는 '비밀'로서 원하는 것을 얻으라하더니 이제는 자신의 모든 것에 만족하란다. 모든 것에 만족하면 대체 무엇을 원하겠는가? 자기완성적 논리 구조다.

 

 불과 35페이지까지만 읽어도 이 책의 실체는 분명하다. 사이비 종교 경전. 신사상 주의라고 그럴듯하게 이름을 붙이지만, 사실은 정신승리교다. 이기면 내 탓. 지면 니 탓. 비판적 사고없이 오로지 맹목과 교조만이 있을 뿐이다. 찬양하라! 법칙이 너희를 구원할 지어니!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의 저자는 영적 지도자로 한 몫 단단히 챙겼을 것이다. 서양의 근대 '영적 지도자'들은 왜 다 이 모양 이 꼴인지 모르겠지만.

 

 긍정교를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한다. 가령 지금 당장 우울병에 걸려 미치겠는 사람에겐 좋은 반작용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순기능은 그냥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기꾼들이 사이비 종교를 어떻게 어설프게 구축하는 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