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마가 간다 - 난세 속에서 영웅은 핀다

2016. 12. 11. 09:05감상/책

반응형
료마가 간다 1 - 8점
시바 료타로 지음, 박재희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근대 위인 1위가 바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다. 도사 번 출신의 하급 무사인 그는 사츠마-조슈, 이른바 삿쵸 동맹을 성공시킨 업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물론 사츠마 번과 조슈 번은 존왕양이를 내건 근왕 세력으로, 그들이 단합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은 충분히 역사적인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유신의 발판을 마련한 사람은 료마 외에도 많다. 사이고 다카모리, 이타가키 다이스케, 이와쿠라 도모미, 이토 히로부미 등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유신을 성공시키는 데에 한 몫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인기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료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저자가 책을 잘 써서 료마가 인기가 많아진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책이 쓰여지기 이전에는 일본에서 료마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행이란 것은 원래 일시적이다. 당장 한국에서도 드라마 '허준'이 대히트할 때, 허준이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나온지 벌써 50년이 지났는 데도 그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면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자인 시바 료타로는 료마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크게 두 갈래로 구분한다. 하나는 일본인으로서 다른 하나는 자유인으로서 료마를 정리한다. 전자의 료마는 봉건제 속에서 하나된 nationality를 가지지 못한 일본인들에게 통일된 일본을 선사한다. 저자는 러일전쟁을 기점으로 쇼와 시대를 비판하지만, 그 이전인 메이지 시대는 옹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료마는 하나의 애국심을 자극하는(그의 주장에 따르면 삐뚫어진 내셔널리즘이 아닌 패트리어티즘)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료마를 좋아한다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분명 유신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직접적으로 통일 일본에 다가간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료마의 두번째 모습인 자유인이 그 존경의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작중이든, 실제 역사든 료마는 당대로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 최초의 해운회사인 카이엔타이海援隊를 설립하여 무역을 장려하였고, 이로하마루 사건에서 최초로 해상충돌 소송을 벌여 배상금을 받아냈으며, 당시에는 일본에서 사진을 두 번째로 많이 찍는 등 기이한 행적을 남겼다.


 또한 평소에도 당시 무사들과는 달리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품행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무사 특유의 거칠고, 딱딱하고, 살벌함을 떠난 료마는 당대의 시세를 자유자재로 걷는 자유인처럼 보일 것이다. 그가 이루어낸 삿쵸 동맹과 대정봉환은 그의 역할에 대해 학계에서 논란이 있으나, 시대를 흔들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진중한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이 결합되어 일본인들은 료마를 사랑하는 것 아닐까.


 저자는 료마를 통해서 보다 자유로운 발상을 그리고 있다. 모두가 피칠갑이 된 살육의 시대에서 료마는 칼등으로 사람을 치고, 모두가 양이를 외치는 가운데 홀로 교역 회사 설립을 꿈꾼다. 영웅이란 누구보다 강하고,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더 멀리 보는 사람일 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료마를 최고의 영웅으로 본 것은 아닐까.


 시바 료타로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을 알리는 데에 주력했다. 사카모토 료마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소설에는 실제 역사와는 다른 과장된 면이 몇몇 존재한다. 모든 역사 소설이 다 그렇듯이, 어느 정도의 차이는 감안하고 독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반응형

'감상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카바이블 3.0 - 영원한 바이블  (0) 2016.12.23
불구가 된 미국 - Call or die  (0) 2016.12.13
시크릿 - 사이비 종교 입문서  (2) 2016.12.06
천년의 금서-정말 천년의 금서였다  (0) 2016.11.18
디케의 눈  (0) 2016.11.14